남덕유산(남덕유-서봉)
1.날짜:2012.1.22(일)
2.날씨:흐린 후 맑음
3.걸음구간:영각사-남덕유산-서봉-할미봉 갈림길-덕유교육원
4.걸음거리 및 시간:약10.5km 6시간 20분
5.걸음동무:내보따리
지난 1월 5일 새벽에 안성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향적봉을 오름하면서 칼바람과 싸우며 많은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언제고 다시 눈이 내린다면 내 좋아하는 남덕유를 오를 것이라고 맘 먹고 있었는데 마침 휴일날과 때를 맞추어 눈이 내려준다.
설날 연휴지만 설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을 내것으로 만들 뿐이다.
마음 한 구석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맘이야 쬐~깜 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걸어야하는 내 발걸음엔 그러한 미안한 맘이야 어쩔 수 없다.
계획은 해가 뜨기 전에 오름을 시작할려 했으나 미리 기상청을 검색해 보니 일출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잠도 충분히 자고 츤츤히 움직인다.
여수에서 영각사까지는 대략 2시간 30분 소요되며 차량이동 거리는 185km 쯤이다.
07시 50분 영각사에 도착한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차량이 2대 있길래 살그머니 만져보니 역시나 아직 여열이 식지 않은 부지런한 사람의 차였다.
고개들어 쳐다본 하늘은 구름이 잔뜩이어서 휴~하며 심드렁이다.
날씨는 과연 어떨까?
천천히... 천천히... 보따리를 챙긴다.
08시 03분
천천히 준비를 한 후 요이땅~
08시 11분
구름은 잔뜩 끼었지만 다행하게도 높은 구름덕에 남덕유가 바라보인다.
하늘이 열리든지 말든지 이미 내 맘은 흥분된 상태이다.
08시 46분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오름한다.
영각사 입구에 있던 차량 2대가 각각 한 사람씩 몰고 온 차였던지 먼저 오름한 두사람의 발자국만 있을 뿐이다.
09시 07분
영각사에서 남덕유에 오름하기까지 나무 다리를 2개 만나게 되는데 작은 다리는 패스하고 그나마 큰 다리에서 좀 쉰다.
오늘따라 천천히 달리고 싶은 맘이 앞선다.
09시 37분
거친 호흡은 계속되는 가운데 발걸음은 한발 한발 내딛기가 무지 힘들다.
지나온 위의 다리에서 약 30분을 오름하면 영각사 2.5km를 올라온 지점에 도착한다.
이 지점은 남덕유를 0.9km남겨둔 위치로서 하봉-남령으로 떨어지는 비탐방 구역이 있는 지점이다.
어떤 날에는 공단직원이 버티고 있기도 한다.
09시 46분
남령으로 떨어지는 삼거리를 지나치고 처음으로 탁~트인 조망터에 다다른다.
와~! 하며 나도 모르게 탄성을 만들어 낸다.
무지 힘들어 바닥만 쳐다보고 올라왔는데 이렇게 열릴 줄은 미쳐 몰랐다.
역시 나는 운이 좋은 산꾼인가 보다 하며 자아도취에 빠진다.
그러면서 더욱더 천천히 천천히 걸음한다.
09시 50분
10시
2011년에 남덕유를 오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한순간에 다 용서되는 순간에 직면한다.
하늘이 열리며 이렇게 좋은 조망을 경험할 줄이야~
10시 05분
벗님들과 항꾸네 걸음했던 지리 주능선도 바라 본다.
역시~ 올라야 제맛이다.
기쁨에 찬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10시 05분
월봉산의 칼날봉이 내 눈앞에 아른거리며...
황석-거망-수망령-기백-금원이를 접수할 날만을 꼽아 본다.
12시간이면 충분한데 해가 조금만 더 길어지고 국립공원이 경방기간에 들어가면 걸을 수 있는 저곳으로 들어가 보자를 다짐하기도...
10시 07분
경방기간에 돌입되기 전 저 능선을 걸어볼까는 생각에 잠기면서도 다시 떨구고...
10시 10분
아직 아무도 안보인다.
영각사에서 먼저 오름한 산꾼은 얼마나 빠른 사람들이기에 벌써 남덕유를 넘어갔을까...?
작년 여름에 철계단을 없애고 튼튼한 나무 계단으로 새로 정비한 남덕유 테라스...
해마다 가을이면 많은 산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며 정말 정말 이쁜 산인데 지난 가을에는 덜 이뻤다는 소문에 오질 않았었던 아쉬움도 스치고...
10시 10분
10시 10분
욕심이라면 서봉을 찍고 할미봉-육십령으로 내려갈까...?
시간이야 충분하지만 어디까지나 욕심일뿐...
가운데 보이는 저 갈림길에서 할미봉을 1.8km 눈앞에 두고 덕유교육원으로 내려서야 한다.
육십령까지 4km면 되는디...
10시 12분
튼튼하게 만들었구나~
너는 이제 한살이니 삼십살은 먹어도 될만큼 튼튼할듯...
어~!
근데 앞서가는 사람은 보이질 않고 나를 추월하려는 사람들이 온다.
으~앙~
어찌나 세차게 불어대던지...
10시 18분
알고보니 아짐씨들였네... 크크크...
추월당할 수는 없기에 좀 빠르게...
거친 호흡을 연발 하면서도 아닌 척...
10시 20분
휴~되다.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에 밤새 피었던 눈꽃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아쉬움을 토해 내지만 자연 앞에선 막을 그 무엇도 없거늘...
10시 26분
10시 30분
10시 31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10시 37분
남덕유 도착
남덕유에서 지리 주능선을...
일출을 볼 욕심으로 잠 설쳐가며 이곳을 달려 왔더라면 이런 아름다움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욕심을 잠시 뒤로 하니 자연은 나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물 하지 않는가.
2시간 더 일찍 올라 왔더라면 심드렁한 모습으로 서봉을 내림할 시간일 텐데 말이다.
욕심은... 내 발걸음은...
10시 38분
10시 39분
30분 전과 또 다른...
10시 47분
남덕유를 내려서며 저 아짐씨들도 빠이~빠이~ 하마터면 추월 당할 뻔~ㅋㅋㅋ
이젠 조망은 경험할 수 없지만 미끄러지듯 내려서는 편안한 눈길을 달린다.
서봉을 향하여...
10시 52분
11시 31분
서봉 중간 지점에서 남덕유를...
구름이 아니라 세찬 바람에 날아가는 눈가루...
11시 39분
이렇게 이쁜 터널도 지나며...
11시 42분
서봉 턱 밑에 도착한다.
언젠가는 새로 정비될 철계단.
11시 53분
서봉에서 20분 휴식...
남덕유에서 서봉을 오름하는 구간에는 철계단 부분에서만 힘이 들고 거의 달릴 수 있는 수준이며 눈이 많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더 쉽게 걸음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덕유 능선을 바라본다.
언제 다시 오나...
인증은 해야기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왔고 20분을 쉬다보니 사나케 산꾼들이 몰려들어 한장 부탁한다.
서봉에서 육십령 내려서는 방향으로...
지리 주능선은 여전히 선명하다.
떨어져야할 교육원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히미하게 황석산도 조망된다.
언제고 경험할...
12시 15분
눈꽃에 젖어 발걸음 떨어지지 않지만 산행동무가 있었다면 더 늦어질 터...
혼자여서 다행이라고...
12시 24분
내려 설 수록 쉬고만 싶어지고 그러면서도 또 걷고...
완전 오토라서 똑딱이로 찍은 것처럼 색감이 좀 거시기하다.
12시 40분
결국~ 양지 바르고 바람 의지되는 따땃~헌 보금자리를 찾아 쉼한다.
철퍼덕~ 앉았다.
영각사를 출발한 후 5시간이 가까워 지는 걸음에서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낭을 열어 뒤적이다가 다시 지퍼를 잠그면서 먹지 말자고... 아직 기운이 남았다고...
산행하면서 아무것도 안먹어보기는 츰...
12시 45분
발걸음은 다른 길을 내 딛는다.
12시 49분
남덕유-서봉-할미봉 구간에서 마지막 조망터에 도달한다.
바위로 형성된 장소이며 양지바른 곳이어서 바람만 없다면 쉬어가기 참 좋은 포인트였다.
12시 54분
사나케 사람들 중에서 내 좋아하는 이름을 발견한다.
13시 28분
엄청난 갈등...
4km만 달리면 육십령인데...
질퍽한 너에게 발자국 남기고 싶지 않았을 뿐 어찌 너가 그립지 않겠느냐...
13시 52분
아이젠,스패츠,등산화 목욕시키고...
14시 04분
덕유교육원은 참으로 한가한 설 연휴를 맞이하고 있었다.
14시 20분에 영각사에 도착
산행 끝~
14시 30분
영각사를 출발 서상 IC를 빠져 나오면서 오늘 걸었던 남덕유를...
지리 만복대를 걸을까 남덕유를 걸을까 잔고에 들어가기도 했었지만 만복대는 아직 갈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남덕유를 오름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 지리 서북능선에 피어있는 눈꽃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음 산행은 지리 서북능선(종주)을 고민한다.
오늘의 모든 사진은 AUTO/노출보정 +0.3~+0.7
나누며... 배려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