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智 異 山

최신 무기의 칼바람 지리에서...

풍님 2012. 2. 9. 07:30

 

일찌감치 중봉에 올라...

 

1.날짜:2012.2.7(화)

2.날씨:흐린 후 맑음

3.걸음구간:중산리-천왕봉-중봉-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일출봉능선-중산리

4.걸음거리 및 시간:약 20km 15시간

5.산행동무:청산님,돌팍님,연하선경님

 

여수에 봄을 제촉하는 비가 하루 죙일 내리는 가운데 날씨가 굉장히 추워진다는 예보를 접하면서 어디로든 튀어 볼 작정을 합니다.

이런 날씨에는 지리산 밖에 없다는 걸 두말하면 잔소리기에 지리산으로 결정을 합니다.

저와 산행을 처음하는 청산님과 올만에 한바리 마차보는 돌팍님을 대동하고 광양에서 연하선경님을 조우하여 항꾸네 들어갑니다.

저는 걍~세분을 응시하며 꽁무니만 따라갈 뿐입니다.

남도에 죙일 비가 내렸기에 02시 30분에 도착한 중산리 역시나 눈가루 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별로 춥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산정에 올라서면 몸을 파고드는 추위는 저를 기습을 할 것이며 반듯이 눈꽃도 폈을 것이란 확신을 갖습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떨어지는 기온은 역시 지리였습니다.

03시에 요이땅~

우리는 마빡에 불 밝히며 사부작 사부작 거친호흡을 몰아 쉬며 고도를 높여갑니다.

행복의 끝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침 해가 올라올 시간에 중봉에 서보는 것은 츰입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천왕이에 올라 섰을 때 이미 일출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천왕이를 06시 40분에 통과할 즈음 허벅지까지 빠지는 중봉길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깊이 고민합니다.

우리가 있으니 가능하리라고 맘 굳히고 용기를 갖습니다.

그 용기는 이윽고 07시 20분에 중봉엘 도착하게 만들었습니다.

첫번째 조준으로 07시 35분에 날립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해는 떠오름니다만 구름이와 동무할 뿐 파란이와는 동무를 하지 않습니다.

영하 16도라고 합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25도쯤 되리라 느껴집니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과 싸움박질을 하면서도 결국 이겨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남덕유가 보일까 연신 주시하지만 내 좋아하는 그눔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후가 되니 뽀꼼하게 보여지는 남덕유는 내 맘을 흥분 시키기에 충분했었습니다.

 

 

 

찬란하게 붉은 빛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은 충분히 만족합니다.

다시 또 올라서면 그만이고 지리이기 때문에 다 용서 됩니다.

 

 

 

회오리를 만들어내는 칼바람은 불고 그치기를 반복하며 제 순가락 끝이 떨어져 나갈려합니다.

이젠 아픈지 조차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손가락을 잘라 낸다고 하여도 이미 감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더 버틸 수 있는 자신감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코끝에 동상이라는 증거를 남겼던 지리 중봉이기에 말입니다.

 

 

 

손가락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반야를 확인하기 위해서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천왕이보다 반야를 볼 수 있는 횟수가 더 적다고 합니다.

일출은 보지 못했어도 아침 햇살을 받은 반야를 확인했으니 다시 한번 용서 되는 순간입니다.

 

 

 

조금은 보여줄 듯 하였지만 부끄러운지 끝내 보여주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너에게 올라 설 것임을 확신하기에 말입니다.

 

 

 

언제까지 버텨줄련지...

너희들은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간혹 들어오는 햇살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감사함으로 토해냅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의지하며 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킬려고 안간힘을 쓰지만서도 우리들이 지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연이란걸 잘 알기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정을 올라서야만이 느낄 수 있는 모양입니다.

올라서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게 산인가 봅니다.

오늘도 역시 올라서서 행복을 갖게 됩니다.

지리산이기에 말입니다.

 

 

 

손가락 떨어져 나가는 고통의 순간에도 열정은 이어집니다.

지금 몰아치는 영하 20도 짜리 칼바람도 그 열정을 식힐 수 없습니다.

 

 

 

중봉에서 가야산과 비계산을 바라다 봅니다만 아직 이른 아침이어선지 보이질 않습니다.

지금 불어대는 칼바람이가 구름이를 씻어내는 오후에는 보여질 것입니다.

그런 희망 처럼 우리들은 늘~새로운 희망을 안고 사는 것인가 봅니다.

 

 

 

때론 고갤 떨구기도 합니다.

자연 앞에서 말입니다.

 

 

 

산정에서 무엇을 갈구 했을까요?

아무도 걷지 않았던 새벽 중산리-천왕봉-중봉의 오름길을 5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는 거친호흡 몰아쉬며 고도를 높였던 순간만이 되살아 납니다.

또 다시 그시간 그어둠을 가르겠노라고...

 

 

 

오늘도 어김없이 감사하다고 잔잔한 말로 속삭입니다.

 

 

 

중봉이여 안녕~

08시 28분입니다.

딱~ 1시간을 칼바람과 맞서 싸움질하였습니다.

중봉을 내림하면서 천왕이를 담아봅니다.

칼바람과 맞서 싸우면서 그토록 힘겨웠던 몇 분동안 우리는 무엇인가를 마음에 안은 채 중봉을 뒤로합니다.

헉~! 저 아래 비박이가 보입니다.

산정을 오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맛을 알지 못하리라 여깁니다만 우리들은 저 비박이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찌보면 멍~청한 사람들이지만 어찌보면 아름다운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 또한 경험하고픈 사람이기에 말입니다.

 

 

 

한명이 계시는지 두명이 계시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중봉에서 풍요를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했을까요?

저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경지라고 지껄여봅니다.

 

 

 

09시 11분

천왕이를 오름하면서 중봉-하봉을 바라봅니다.

지리의 육중한 산그림자가 이 가녀린 몸둥이를 몽환 상태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결코~지리를 쉽게 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09시 18분

06시 40분 천왕이를 통과할 때 강한 칼바람과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을 포기할까 고민했었던 생각이 스칩니다.

천왕이는 아까와 다름없이 여전히 혹한의 칼바람을 만들어 우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내 육체 가눌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불어대는 칼바람에 속수무책이었지만 그래도 남기고 싶은 욕심을 이렇게 증명합니다.

 

 

 

청산님,돌팍님

모진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들지 않으신지 버티고 서 계십니다.

그 열정은 칼바람도 이겨낼 수 없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09시 29분

천왕이여 안뇽~  ^(^

수 십 번은 아니어도 그에 가차운 천왕이를 올랐지만 오늘도 역시 천왕이의 일출을 확인하지 못하고 내림합니다.

허나 오늘도 어김없이 제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의 끄나풀은 잡았던 것 같습니다.

 

 

 

제석이를 향해 하강합니다.

지리 주능선의 반야까지 선명하며 만복이의 서북능선이 가고 싶어 갈망하는 제 눈을 힘들게 만듭니다.

서북이도 걸음해야 하는데 경방이가 곧 다가오니 어케될른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이런 것 일까요?

이 돌뎅이를 보며 수 많은 생각에 잠시 사로 잡힙니다.

지리 산정을 오름하신 님들은 그러하시겠지요?

 

 

 

구상나무의 고사목이 하얀 옷으로 이삐게 갈아 입었지만 강한 바람에 휘청거림을 목격합니다.

언젠가는 쟤네들도 쓰러질 것을 두려워합니다.

욕심이라면 나 너에게 올라 설 수 있는 그날까지라도 버텨주길 바래봅니다.

 

 

 

바람에 만들어진 행복한 상처입니다.

이렇게 또 만들어지고 흘러내림을 반복하다보면 봄기운을 맞이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해봅니다.

 

 

 

09시 55분

제석봉 바로 전에 있는 돌탑입니다.

그 앞의 표지목엔 하얀 눈이 저리 많이 쌓여있습니다.

남은 겨울 동안 앞으로 얼마나 더 덮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여 흘러 내릴련지...

작년 겨울에 규리랑 올라와 저 표지목에서 증명했었던 기억도 스칩니다.

이번 겨울 제 따님은 지리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제석이에 다다를 무렵...

감탄사가 폭발하는 아우성을 거친호흡과 함께 토해내며 행복한 발걸음은 이어집니다.

 

 

 

10시 12분

제석봉에서 천왕이를 올려다 봅니다.

너는 과연 천왕이었구나...

 

 

 

지리에 올라 서 있을 때면 언제나 같은 맘으로 바라보던 백운산입니다.

지난 지리 능선종주 때도 선명하게 보여줬지만 오늘도 변함이 없습니다.

역시 산정에 올라서야만 경험할 수 있기에 풍요로움은 배가 됩니다.

 

 

 

서로에게 상생하는 친구가 됩니다.

 

 

 

제석이는 언제 어느 때고 외롭습니다만 오늘은 다른 날 보다는 덜 외롭게 느껴집니다.

다행하게도 눈꽃이가 이삔 옷을 만들어 줬기에 말입니다.

 

 

 

12시 16분

지지고 볶아 이슬이를 동반한 거창한 에너지를 배속 깊숙히 꽉~꽉~ 눌러 채웁니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여유로움을 갖습니다.

장터목을 남겨둔 채 고민합니다.

세석-거림으로 하강할까?

일출봉능선-중산리로 하강할까?를 고민하다가  쬐~깜 더 빡센 길 일출봉능선을 선택합니다.

 

 

 

12시 30분

한 사람도 거닐지 않은 연하봉을 눈도장만 남긴 채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일출봉능선으로 하강합니다.

 

 

 

연하 일출봉능선에서 바라본 웅석봉 방향입니다.

아주 멀리 가야-비계산이 보이는 듯합니다.

 

 

 

12시 55분

천왕이는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눈물을 흘린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명하게 그어진 두줄기의 하얀 눈물입니다.

 

 

 

일출봉능선에서 바라본 장터목입니다.

허기진 배를 가득 채우고 에너지를 얻었던 장터목이 머지 않아 또 그리워지기를 기대합니다.

너에게 달려오리라고...

 

 

장터목을 12시 10분에 출발합니다.

그리고 장단지와 허벅까지 빠지는 능선길을 중산리까지 5시간 동안 줄기차게 하강 합니다.

길고 긴 일출봉능선 내림길은 오늘 걸음한 저에게 있어서 커다란 경험이었지만 그 비경을 쉽사리 보여주질 않는 곳이구나 라고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리는 결코 무시할 산이 아닌 과연 일인자였습니다.

우리들은 행복이라고 말을 하지만 산정을 오름하지 않은 사람들은 미쳤다라고 입을 모을 것입니다.

혹독한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만을 품으며 모든 느낌을 다 안으려 했었던 지리산이었습니다.

그 행복의 증표로 콧잔등에 동상이라는 이름표를 하나 달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도 머지 않아 또 너에게 다시 들어가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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