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대
1.날짜:2011.12.21(수)
2.날씨:흐리고 아주약한 진눈개비/완존 따뜻(조망 완존히 꽝~!)
3.걸음구간:상위마을-묘봉치-만복대-묘봉치-상위마을
4.걸음거리 및 머문시간:약 10.5km 5시간 10분(사진찍힌 시간기준)
5.산행동무:보따리,D7000 시그마17-50/니콘24-85
어제(20일) 지리종주를 들어갈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는데 갑지기 베베꼬이더니 이상하게 허리가 괜히 아파오면서 내 발걸음을 잡는다.
욕심많으신(헤~헤~)블벗 모선수님께서도 지난주에 지리 종주를 하실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다가 엉치뼈의 고장으로 지리 종주를 포기하시고 심드렁한 맘으로 주말을 보내셨다는데 나한테도 비슷한 경우가 생기고 말았다.(내가 봤을 땐 종주하셔도 이상없는 상황이었는데 자신없으시어 그러신 것 같다...ㅎㅎ)
모선수님께서 종주를 못하시게 된것을 내 속으로 감격을 했기에 하늘의 계시가 내려진 것인지 의문이다.
어젠 한의원에서 찜질과 침도 맞았고 아파도 걸음을 통해 이완을 시킬 목적으로 움직이기로 맘먹는다.
어제 회식관계로 과음을 했던 탓에 04시 30분에 기상하여 보따리를 챙기는 내 입가엔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있다.
술 안드시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떠올려보지만 난 술을 좋아하기에 우짤~수 없는 일...
정신은 혼미상태로 구례 산동마을로 향한다.
07시 50분 쯤에 상위마을에 도착한다.
집에서 편도75km 약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현재온도 영하 2℃ 산행하기 안성맞춤의 기온이고 바람한점 없다.
흐린 관계로다가 너무나 따~땃허다.
기분이 좋은 상태로 요이땅~이다.
08시 11분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지만 내 발걸음을 반겨주는 홀로 걷는 이 길이 마냥 좋기만 하다.
상위마을 어르신들 몇 분을 만났을 뿐 암도 읍따...
지난 봄에 이쁘게 꽃피웠던 빠알간 산수유 열매도 지금은 쭈글꾸글한 모습이지만 나뭇가지에 매달림이 운치를 더해주고...
산수유 나무길을 약 10분 쯤 오름하고 계곡으로 접어든다.
08시 17분
묘봉치 2.5km이며 상위마을 0.5km를 올라왔다.
이 계곡물은 상위/하위 마을의 식수로 사용된다.
08시 28분
진짜진짜 편안한 길을 나 혼자 걷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위마을에서 1km를 걸었다.
08시 35분
계곡물도 너무나 맘에 들었다.
한참을 쉼하며 할짓 다 하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다.(내 발자국 말고 남긴건 읍따요...ㅋㅎㅎ)
작년에 규리랑 귤맘이랑 묘봉치에서 하산했던 기억과 홀로 고기리-정령치-만복대-당동으로 하산했을 때를 떠올려보며 하얀 눈이 있기를 내심 기대한다.
만복대는 늘~눈이 쌓여있는 고지인데 올라서면 과연 날씨가 어떨까? 를 생각해보며 흥분에 휩싸인다.
눈을 보러 만복대를 오름짓하는데 설마 눈이 없을라고...
무건 기계를 돌팍에 올려놓고...
고드름도 한개 먹어보며...
아직 물이 덜 차갑다.
08시 50분
상위마을에서 묘봉치가 3.0km이며 인자사 1.3km올라왔으니 아직은 멀었고 본격적인 깔딱~구간이 날 기다린다.
09시 27분
얼마을 올라왔을까?
묘봉치라는 표시는 없어지고 만복대 표시만 있다.
묘봉치는 0.6km남은 셈이다.
여기서 부터는 잘 정비된 길이라기 보다는 가파르고 자칫 잘못하면 추락할 수도 있은 등로이다.
남은 구간이 짧지만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공공인력을 동원해서라도 길을 정비해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낙엽들이 매우 미끄럽다.
09시 38분
이런 산죽길은 내 걸음으로 약 15분 정도 지나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녀석이어선지 낯설진않다.
09시 45분
어느새 고도를 높여가며 묘봉치에 다다를 무렵 등로 옆으로 얇은 눈을 만날 수 있었다.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눈이다.
감격이다.
지금 이 지점에서 눈을 만났으니 만복대를 올라가면 분명히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욕심같아선 서북능선을 완주할까? 를 생각하기도 한다.
09시 55분
묘봉치 바로 턱 밑에 도착한다.
고리봉도 조망되지만 예상과는 달리 조망은 꽝~이다.
하지만 기분은 완존히 만땅꼬~
수증기가 상승하여 하늘은 흐려지고...
갈수록 뿌옇게 변하고 있지만 올라왔던 상위/하위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10시 03분
다행하게도 만복대가 조망된다.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지만 있어야할 눈은 한태기도 읍따~
1400고지가 넘는 만복대가 이럴 수는 없다.
망연자실...
하늘이라도 열려있기를 기대해 본다.
과연... 기다려줄 것인지...?
북쪽에서 서서히 몰려드는 구름이가 만복이를 순식간에 삼킬려고 안간힘을 쓴다.
급한 맘에 발걸음은 무진장 빨라진다.
이 눈은 등로 옆으로 몰려있는 것으로 정상적인 등로에선 눈을 밟을 수 없었다.
이렇게 빠지는 눈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려있는 눈이지만 이렇게라도 해보니 감격이다.
10시 36분
한고개를 넘어서니 조금더 삼키고있다.
조금만 기다려주길 내심 바라며...
에이~ 안기다릴려면 말아라...
10시 46분
뒤를 돌아보니 반야공주와 노고단은 이미 구름이에게 먹히고 성삼재도 보이질 않는다.
새벽엔 시암재까지만 차량이 운행된다고 했었는데 하산길에 알아보니 성삼재까지 통행한단다.
돌아오는 주말엔 얼마나 내릴련지...
제발 몽땅~내려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저 바위를 의지하며 컵라면으로 한기를 때운다.
눈도읍꽁~구름이도 만복이를 삼켜버리니 솔직히 라면마저도 먹고싶은 맘은 없었지만...
이 자리에선 표준렌즈로는 이 돌팍과 만복이를 담을 수 없지만 광곽이라서 역시 쓸만은하다.
10시 48분
서서히 삼켜버린다.
안간힘을 다 써가며 올라왔는데 뭐가 그리도 소중하다고 감추고 있는지...
넌 결국 보여주질 않고...
휴~ 열 받아...
다혈질...ㅋㅎㅎ
11시 09분
천천히 오름한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며...
바람은 차갑지 않다.
걸음하기 너무나 좋은...
굳이 너가 보여주지 아니할지라도 좋다.
지금 여기 서있는 나는 너에게 감사할 뿐이다.
11시 20분
결국 너에게 올라서 내 육신을 기댄다.
반가운...
거의 1년만에 찾아와서 서운타고 보여주질 않는 것인지...?
담에 또 올께...
그때는 파란 모자쓰고 화장 이쁘게하고 기다려라...
복을 주지 않는다해도 괜찮다.
너와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뭐가 필요하겠니...? 그저 이러면 되는 것을...
11시 55분
아쉬움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30분만에 2km를 내림한다.
12시 50분
묘봉치-상위마을로 약 1시간 동안 떨어지고...
계곡물에 손 담궈보며 오늘 걸음을 뒤돌아본다.
그래도 행복했노라고...
13시 10분
1시간 50분 만에 상위마을로 회귀한다.
주중에 산행하는 것을 자랑하면 배아파하실 것 같은 모모님께 메세질허니 반가웁게 전화까지 걸어오신다.
눈 구경 못했다고 위로를 해주시니 감사하더라.
산행 끝~
오늘 산행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차운 산이든 먼곳에 있는 산이든 사진에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산에 올라선다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없기 전에는...
초라하지만 똑딱이 카메라를 눌러대며 산행을 하면서는 많이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란게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잘 찍어 볼려는 욕심이란게 더 크게 생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걸음했었는데...
자칫 나의 산행 모습이 이러한 욕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꿈꾸는 자연 사랑이 변할까봐 두렵다.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예전 그대로...
나누며... 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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