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智 異 山

구름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만복대

풍님 2013. 1. 25. 16:47

 

만복대   

 

1.날짜:2013.1.17(목)

2.날씨:매우 흐림(구름,싸리눈 계속)

3.걸음구간:상위마을-묘봉치-만복대-다름재-상위마을

4.걸음거리 및 시간: 약 11km  6시간 30분

5.산행동무:강산에,다모

 

 

만복대를 은제 한바리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미리 날씨를 엿보고 계획하고 있었다.

헌데 잘 아는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이 교회분들을 모시고 가기로 했다며 목요일날 만복대를 안내할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는다.

내 계획하고는 좀 멀어진 상황이지만 의리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경우의 수에 직면하고 말았다.

수요일은 남도에...   지리산에...  하루 죙일 비가 내렸다.

그렇다면 만복대는 당연히 눈발이 날린 게 분명하기에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는 금요일날이 기똥찰 것인데 목요일날 가자시니 고민을 해보지만 봉사 정신에 콜~한다.

헌데 막상 만남의 장소에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가신다는 분들이 4명이나 빵꾸를 내버리고...

알고보니 교회에 다니신다는 분들이 추울것이라는 판단으로 담합을 해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나마 산행을 몇번 해보신 분만 나오시어 조촐하게 셋이서 다녀오기로한다.

 

 

09시 50분

여천에서 08시 35분에 출발하여 1시간만에 상위마을에 도착한다.

따땃헌 커피한잔 마신 후 작년 12월 21일 블벗님들이랑 항꾸네 출발했었던 그 자리에서 똑같이 묘봉치를 향해서 올라간다.

 

 

 

 

싸리눈이 날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은 완존히 짙게 깔려있다.

기대감이 곤두발질하여 불편한 상태로 움직이자니 묘봉치에 올라가서도 이리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조급함이 밀려온다.

산수유 필 때  상위마을을 완존히 해부 해서라도 이쁜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10시 04분

전날 비가 내리다가 새벽부터 진눈깨비로 바뀌고 다시 싸리눈으로 바뀌었다는데 등로에 얇게 깔린 눈이 얼어 있어서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었다.

작년 12월 21일 귤맘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진 계곡을 지나며 나도 미끄러지지 않을려고 조심스럽게 건넌다.

 

 

 

 

작년에 여기서 딸기를 나눠 먹던 포인트이다.

잠깐 숨을 돌리며 이선수님께 증거로 카톡 사진을 전송한다.

상위 1.3km  묘봉치 1.7km  성삼재 5km

 

 

 

 

눈이 얇게 쌓여있어 미끄러웠지만 꺼내기 귀찮아서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고 쭉~ 치고 올라간다.

미끄러지면 자연스럽게 앉으며 넘어져야 이런날에 산행하는 기분을 한층 높일 수 있다.

 

 

 

 

10시 43분

상위마을 1.5km를 올라 왔으며  만복대 3.7km 남은 지점이다.

하늘은 커녕 50m 전방을 알아보기 힘든 구름속 산행이지만 솔직히 매우 운치있는 산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셋이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 좋아라~하며 소리도 질러본다.

계곡물에 내려가서 바위 사이에 흐르는 물과 얇게 쌓인 눈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미끄러지면 나만 손해볼 것 같아 참고 이 장면을 담아본다.

 

 

 

 

묘봉치 오름길은 정말정말 운치있었고 아름다웠다.

그럼 하산길은 눈이 더 많은 다름재로 해서 상위로 내려가기로 한다.

 

 

 

 

빛이 없어도 좋다.

 

 

 

 

영차 영차~

못 나오신 4분이 합세하여 바람한점 없는 이 계곡길을 걷고 있다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11시 09분

뿌리채 뽑혀진 나무를 지나고...

 

 

 

 

얼음이 녹고 따뜻한 봄이 되어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11시 23분

싸리눈은 계속 이어지며 기분은 업되고...  의리의 사나이...  57세

 

 

 

 

이쁘든 이쁘지 않든 잘 생기든 잘 생기지 않든 초상권 어쩌고 저쩌고 험서러 자존심만 있어가꼬 사진을 찍지 않을려고 헌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모델을 부탁헝게 주저없이 응해주신다.

 

 

 

 

11시 27분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면 얼마나 좋아불까~ 잉~  이놈의 욕심을...  긍게 날씨 졸때 느닷읍씨 혼자 가야된당게...ㅋㅎㅎ

 

 

 

 

11시 50분   묘봉치

상위 3km  만복대 2.2km  성삼재 3.1km 이다.

여전히 구름속에 갖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여그서 밥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바람이 없으니 올라가서 먹자는 의견을 본 후 사진 몇장 남기고 만복이로 향한다.

또,카톡 한장 보내고...ㅋㅎㅎ

 

 

 

 

12시 03분 

이곳 헬기장에서 밥상을 차릴려다가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 물한모금 마신 후 계속 치고 오른다.

 

 

 

 

하늘은 보이지 않고 주변 산들을 조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말 운치있는 산행이어서 계속된 환호소리가 터진다.

들개님과 약속한 포천 백운산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기를 학수고대한다...ㅋㅎㅎ

이선수님께서도 나오신다고 허셨는디...

 

 

 

 

빛은 없지만 만복대 오름 구간에는 무지무지 멋진 눈꽃이 펼쳐지고 있었다.

 

 

 

 

12시 15분

좋다 좋아...

 

 

 

 

완존히 좋다...

 

 

 

 

만복이가 확~ 펼쳐져야허는 포인트인디 앙구또 안보인다.

허지만 무진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12시 41분

 

 

 

 

12시 42분  

참말로 징허구마이... ㅋㅎㅎ

바람이나 불어야제 지달라 본다지만 이건 바람도 읍쓰니 지달릴 필요도읍꽁~

 

 

 

 

12시 47분

디로 도랏~!   묘봉치와 작은고리봉이 쫙~!  펼쳐져야허는디...

 

 

 

 

12시 50분

바람이 조금씩 터지기 시작한다.

추워도 상관 없응게 바람아~ 거세게 불어다오~ㅋㅎㅎ

 

 

 

 

13시 15분

만복대 코빝에 밥상을 차린다.

바람도 없으니 여그서 한볼테기허고 다름재로 하산하기로 약속한다.

 

 

 

 

7명이 먹을 떡과 굴을 준비하셨으니 얼마나 많은 양이었는지...   맛은 정말 기똥차더만...   남은 굴과 떡은 다시 챙기고...

한참 맛나게 먹고 있는데 사나케 산님들이 왁자지껄 탄성을 자아내며 만복이를 향한다.

그 양반들 정령치가 아닌 다름재로 하산할 건디 잘 내려갈려나...?

 

 

 

 

13시 53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담에 날 졸 때 혼자 올라보자...

욕심 이빠이...

 

 

 

 

내 대신 인증을 하신단다.

 

 

 

 

13시 55분

이 이정목을 모델 삼아서 바래봉까지 서북능선이 쫙~ 보여부러야할 그림인디...

갑자기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친다.

그러나 기다려볼 상황이 아니다.

다름재로 하산...

 

 

 

 

역시 북쪽의 정령치 방향은 눈이 더 많이 쌓여있었다.

 

 

 

 

13시 59분

이 돌팍을 지나 3분정도 내려가면 왼쪽으로 떨어지는 다름재 능선이 있는데 자칫 지나치기 쉽상이다.

 

 

 

 

 

 

 

 

 

14시 03분

계속이어지는 환상적인 눈꽃을 만난다.

눈꽃이 좋다봉게 발걸음을 지체하지 않을 수 없다.

 

 

 

 

14시 15분

나보다 앞서 가시더만 결국 정령치 방향으로 5분이나 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신다.

사나케 발자국 따라 갔다가 내가 소리쳐 다시 올라오시라 하지 않았으면 한참을 내려가셨을 터...   내버려 둬불 것인디...ㅋㅎㅎ

사나케 사람들은 정령치로 하강하여 다시 빠꾸해서 올라믄 열~꽤나 받을 것이다.

다름재로 방향을 잡고 하강한다.

 

 

 

 

14시 16분

오늘 새벽에 내린 눈 탓에 발자국이 거의 없지만 어제나 그제 났을 발자국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러셀하며 안내한다.

 

 

 

 

14시 27분

 

 

 

 

14시 35분

약간 비탈진 길은 엉덩이로 미끄럼도 즐기면서 여유스럽게 다름재를 향한다.

산죽도 지나고 잡목들을 헤집기도 하지만 피어있는 눈꽃 터널을 뚫는 재미는 정말정말 흥미로웠다.

 

 

 

 

14시 59분   요강바위

 

 

 

 

이 분들께선 정령치 방향으로 30분 정도 내려가다가 하도 이상하여 빠꾸했는데 다행히 우리 발자국을 보고 다름재 방향을 잡았단다.

무전기까지 차고 계시니 아실만도 하지만 눈이 쌓여 있었고 구름 때문에 영재봉 능선을 확인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얼마나 좋으셨으면 저 눈꽃을 꺽고 싶었겠는가~?

 

 

 

 

15시 03분  다름재

계속 앞장 서서 하강하는 게 무지 힘들었다.

아무도 없으면 횡~하니 볼품 없을 것 같아 사나케 분들이 내려가서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장 담았다.

맞은편 영재봉 오름길을 전혀 조망할 수 없다.

 

 

 

 

15시 45분   삼나무숲

삼나무숲이 매우 울창한데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은 2분 정도 소요된다.

 

 

 

 

15시 52분

다름재에서 엔골을 치고 하강허는디 작은 계곡을 5번정도 건넜으며 이 계곡을 마지막으로 상위마을 임도에 도착한다.

물론 계곡을 완존히 빠져 나갈려면 15분 정도 더 내려가야한다.

계속 이어지는 싸리눈과 스릴있는 미끄럼이 하산길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산길 걷는 것도 이 순간부터는 여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던 만복대 산행이었다.

만복대에서 상위마을 임도를 만나기까지 조금 빠르게 걸음하면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싸리눈 때문에 산행하는 내내 카메라 꺼내기가 무지무지 버거웠다.

하늘을 전혀 볼 수 없는 6시간 30분 동안의 산행이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싸리눈을 만났으며 걷기 편할 정도의 눈이 쌓여 있어서 걸음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싸리눈이 내려서 떡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졌으며 산길 걸을 때도 함박눈일 때보다 더 재미있는 걸음이었다.

만복대를 이 겨울이 가기전에 또 찾을지 모르지만 삼세판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담엔 제발 하늘이 파랗게 열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여수에 도착해서 사우나하고 뒷풀이 후 집으로 귀가했는데 규리가 닭을 시키는 바람에 수욜날 마트에서 사온 카스맥주에 귤맘과 건배 하느라 무지 곤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