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도전하겠다던 그 길고도 지루한 지리산 능선종주를 경험한다.
아름다운 벗님들이 계셨기에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다.
1.날짜:2011년 9월17일
2.날씨:중산리 맑았으나 능선에선 계속적인 구름이었고 화개재부터 노고단고개까지 장대비 쏟아짐
3.걸음구간:중산리를 시작으로 천왕이 거쳐 지리 능선 종주 끄트머리는 성삼재
4.걸음거간 및 시간:33.5km 15시간
5.종주동무:혼자
6.구절초프로젝트:샷마스타님,이선수님,펭귄님,산여인님,소울님(아름다운 블벗님들과 세석에서 조우하여 기똥찬 만찬을...)
언젠가 도전할려고 벼르고 있었던 지리산 능선종주를 경험할 날이 다가오자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으나 일단 들이 밀어보자는 생각을 굳힌다.
또한,서울에서 아름다운 블벗님들이 "지리산 구절초와 악수하기" 프로젝트를 계획하셨기에 나로서는 자존심 때문이라도 포기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ㅋㅎ
오시기로 하셨던 피터팬님께서 일신상으로 못오시어 아쉬움이 엄청나게 남아뿟다. (구절초 프로젝트:거림-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소울님은 블방에서만 몰래 봤었고 내 눈앞에서 직접뵈니 진~짜로 반가웠다.
나랑 항꾸네 소통하시는 블벗님들은 다 잘생기고 다 이삐당~
중산리에 03시 도착 바로 요이땅~을 못하고 30분을 기다리다 03시 30분에 땅~ 한다.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는 반딧불들은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하늘로 하늘로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천왕봉에 도착하고 거칠었던 호흡을 조절하며 블벗님들이 기다리는 구름에 가려진 촛대봉 아래 세석이를 쳐다본다.
언제 도착하나...
시작이 반이라 하였던가 허기진 배를 물로 채워가며 열심히 걸었던 댓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우한다.
감격~
만남의 기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도전하는 지리산 종주고 뭐고 무기력해져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氣 만땅꼬로 들어간 거한 아침상을 받은 난 눈물이 핑~ 감추느라 혼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웃고 나누며... 행복을 가득 채운다.
그 氣를 순식간에 꼴딱~ 몰아 넣고는 아쉬움의 뒷모습을 보여드린 채 홀로 종주길을 선택한다.
氣 이빠이~ 들어간 아침상을 받았던 나는 기분 좋고 아주 가벼운 걸음으로 연하천까지는 별 어려움없이 힘들지 않고 룰~루랄~라였다.
그 이후 얼마나 지루했던가~? (연하천에서 식수 보충 후 나는 퍼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직면한다.)
그래도 몽환적인 상태로 발걸음은 이어지고...
화개재부터 장대비까지 만난다.
노고단고개까지 오는 동안 장대비에 의지한 채 내 육신에 품고있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씻어 내린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솔직히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심정이지만 인간의 맘처럼 간사함은 없더라~
06시 11분
천왕샘 자로 직전 조망터에서 일출이 보일락 했는데 천왕봉에서 보자는 생각으로 출기차게 올라왔거늘 아무것도 보여주질 않는다.
무신 인간들이 이리도 많은 것인지...
이게 바로 지리산이다.
06시 21분
06시 30분
통천문에 무사 완주를 기원하며 일배하고...
06시 48분 재석봉에서 중산리로
06시 56분
07시 05분
엄청나게 배가 고팠지만 여기서 약 10분 동안 쉬며 깡~쇠주 마신 후 증명만을 남기며 세석으로...
덕유산이 보인당~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구름이 보이거늘 조바심만 날뿐 끝내 보여주질 않는다.
07시 13분
장터목도 남겨두고...
07시 23분
지난 6월에 산여인님과 몽몽님을 만나 산여인님이 준비하신 정성스런 과일을 먹던 기억
그때 거림에서 올라오시는 이선수님 또한, 만났었다.ㅎㅎ
그자리는 건장한 고사목이 있었는데 이처럼 무이파의 영향으로 쓰러져 있었다.
구름에 가려진 천왕봉...
오늘 지리 종주하면서 끝내는 반야봉도... 천왕봉도... 볼 수 없었다.
07시 29분
4시간 만에 연하봉이다.
내가 천왕봉을 여러번 올라봤지만 2시간 30분만에 올라보기 츠~음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칠흑같은 어둠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강심장을 자져도 이룰 수 없는 걸음...
시시 때때로 변하는 지리산에 반하고 또 반한다.
07시 33분
가장 아름다운길...
내가 좋아하지만 지리를 찾는 모든 산객이 다 좋아하는 그 길... 그래서 그 이름 지리산인 것이다.
07시 40분 천왕이는 끝네..
블벗님들께서 저 촛대봉 아래 어딘가에서 만찬을 준비하고 날 기다리신다.
내 발걸음은 자꾸만 자꾸만 가벼워진다.
기다림이란?
사랑한다는 것일까?
여기서도 반야를 볼 수 없었다.
07시 41분
07시 42분
반야방향으로...
07시 57분
가까워진 촛대
아~! 그리 보고싶은 궁둥이는 읍땅~
촛대봉과 삼신봉 줄기
08시
덕유산은 보인당~ㅎㅎ
한신계곡-백무동
08시 21분
촛대봉에서 영신봉과 세석
~반야는 끝내읍땅~
그리고 나는 촛대봉 턱밑이라는 말을 전하고 저 아래 세석에 대고 함성을 질러본다.
어떤 남자 세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이래서 산을 찾는 것이다.
항상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항상
행복이 존재하기에...
오랫동안 기다리셨을 우리님들
감사했습니다.
08시 37분
만찬은 이루어진다.
2리터 가차운 육수에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는 이선수님의 말씀이 정겨웠다.
정갈하게 참 먹음직 스럽게 만드신 산여인님표 부대찌게~
전라도 별량의 맛이 확~느껴지는 소울님표 반찬들~
나는 이걸 먹는동안 손이 떨림을 경험한다.
넘 감사하고 행복해서 말이다.
단 한 모금 밖에 없었던 전라도 잎쇠주를 한 잔 권하자 마다하지 않으시는 산여인님께 한 잔 더 못드린 게 맘에 걸렸던 순간도...
긴 시간동안 함께 머물고 싶은 심정이 어린아이 맘처럼 가~심을 시퍼렇게 만들었고 핑~ 돌게 만들었지만 氣가득 담은 정 때문에 나는 행복만을 품은 채 뒤돌아 선다.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09시 26분
영신봉 헬기장
09시 31분
氣가 채워진 음식 때문인지 힘이 들지 않는다.
갈길이 바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뿌듯함...
편안함...
여유...
금세 구름이 삼켜버리는 촛대봉
영신봉에서...
09시 55분
영신봉 지나 조망터에서 파란 하늘을 봤을 뿐 그 이후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10시 04분
대성골사이로 떨어지는 섬진강 푸른물 산그림자가 보인다.
10시 55분
세석(3.2km)과 벽소령(3.1km)의 중간지점
11시 11분
선비샘
지치지 않았다.
아직은 힘이 남아있었다.
11시 36분
세석 4.6km 1.7km지점
많이 걸었다.
된께 쫌만 쉬자.
배낭은 세석이후 첨으로 내려본다.
장터목에서 한번... 세석에서 두번... 여그서 세번... 그리고 연하천에서... 마지막 노고단 고개에서...
12시 34분
벽소령
물 한모금으로 걍~패스~
12시 45분
형제봉 턱밑 통천문
13시 09분
형제봉
여기서 노고단 까지는 약 13km
13시 17분
형제봉 정상에서 서서 저 구름이 벗어지기를 10분 기다렸건만...
13시 51분
음정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왠지 다리가 이상하다.
연하천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주목군락의 평평한 숲길을 천천히 걸음한다.
천왕봉은 14.3km
벽소령은 2.9km
연하천은 0.7km
노고단은 10.5km
음정으로 떨어지는 거리는 6.6km
14시 09분
힘들었지만 표정은 밝게...
여기서 좀 쉰다.
넘 되다.
이상하게 힘이 빠진다.
연하천이라는 생각으로 다 왔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14시 18분
지옥의 계단
14시 38분
명성봉을 힘차게 오르는 쌍둥이
나도 힘을 낸다.
또 만난 토끼봉의 지옥계단
아직도 화개재 600계단이 남았는데 내가 가지고있는 힘은 서서히 바닥이 보인다.
15시 29분
15시 56분
화개재
아~! 저길 어찌 오른담..
저기만 넘으면 삼도봉인디~ 그럼 다 왔는디...
여기서 갑자기 우루루 쾅~!
거친 장대비가 쏟아진다.
그저 카메라만 넣고는 비옷도 입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귀찮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때를 씻어내리고 싶었다.
18시 29분
그리고 도착한다.
힘은 다 소진 되었지만 얼굴은 밝게 치장하려 애쓴다.
어깨와 허리에 힘이 없어 늘어진 내 몸뚱아리...
삼겹으로 만들어진 배가 증명하지 않고 싶을 정도로 좀 거시기한다.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란 노랠 수 없이 불렀다.
지리산 능선종주를 경험하면서 기다림이라는 마음가짐에서 커다란 행복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 행복이 있었기에 완주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날씨가 좋은날 걸어 본다면 13시간 정도는 소요될 것 같은 예상이며 돌산도 종주길과 맞먹는 산행이었다.
어떤 사람은 돌산도 종주가 더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43명 중에서 일곱사람은 7시 40분까지 도착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귀가하였으며 식당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종주의 피로를 확실히 풀어주는 꿀맛이었다.
아줌씨들이 아홉분이나 계셨는데 참으로 대단쓰했던 분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나 머지않아 내 발걸음은 움직여질지 모를 일이다.
나누며... 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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