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智 異 山

가차이 있어서 행복했던 지리산

풍님 2012. 6. 18. 23:00

언제나 그렇듯 똑같은 선한 맘으로...

 

1.날짜:2012.6.14(목)

2.날씨:맑음(백무동에서 소지봉까지 구름 가득)

3.걸음구간:백무동-하동바위-참샘-소지봉-제석봉-천왕봉(다시 바꾸~)

4.걸음거리 및 시간:약 15km/9시간 50분

5.산행동무:내보따리+D7000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산행이 시작된다.

여느 산행이든 가슴 설레임은 늘 콩당~콩당~ 거리지만 오늘은 특별한 산행이나 다름 없기에 대한민국 육지에서 가장 높은 천왕이를 오를려고 맘 먹었다.

새벽에 바스락 거리며 홀로 보따리 싸서리 쥔장 몰래 집을 나서는 내 모습이 약간은 씁쓸하지만 산으로 스며드는 맘은 늘 행복이다.

어듬을 가르며 2시간 걸려 백무동에 04시 도착한다.

동서울에서 빠스를 이용한 산객들은 이미 올라갔을 시간이니 홀로 어듬을 가르며 올라간다는 건 걸맞지 않아 미명이 밝아올 때까지 한시간 가량 기다린다.

안전군장을 철저히 준비한 후 05시 30분 부터 지리 속으로 미끄러지듯 서서히 스며든다.

 

 

06시 23분

거침 호흡을 몰아 쉬며  한참을 올라왔다.

다리에 힘도 읍따~ 기진맥진~휴~

단 한사람도 보이질 않으니 철퍼덕~느긋하게 배낭 내려놓고 쉼호흡...

꽁~꽁~얼려온 막걸리가 생각이 났지만 벌써 한병을 비우면 더욱더 힘들 것 같아 물 한모금으로 때운다.

 

 

 

06시 35분  하동바위

오랜만에 걸어서인지 무지 힘들었으며 천왕이 찍고 한신으로 한바퀴 삥~돌아야하는 계획을 안고 시작했지만 이내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만다.

 

 

 

07시  참샘(1125m)

장터목 3.2km  천왕봉 4.9km

서로 인사 나눌땐 몰랐는데 몇마디 하다봉게 일본사람...이크...

우리나라 산객들과 전혀 다르게 90년대 초반의 아주 검소한 등산복 차림이었고 장터목에서 주무셨다며 사람들이 많아 고생스러웠다는 넋두리를 토해 낸다.

 

 

 

07시 30분

소지봉(1312m)의 아침 햇살 

백무동에서 츤츤히 2시간을 올라오며 구름속을 걸었으며 간간이 햇살이 드리워질 때의 분위기는 정말 자연속에 빨려 들어왔다는 느낌이었다.

백무동 3km  장터목 2.8km

 

 

 

구름 물방울

 

 

 

08시 10분

소지봉을 40분 전에 통과하였고 장터목이 보이는 쉼터에 도착한다.

천왕봉 3.2km  정터목 1.5km  백무동 4.3km

 

 

 

08시 12분

장터목이 보이는 금줄을 넘어 막걸리 한병을 꼴딱~ 막걸리 한사발 부딪힐 수 있는 산동무가 함께 있었다면 더욱 즐거웠을 터인디~

장터목으로 올라갈까?  제석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갈까?

순간의 고민에 쌓이지만 쉽게 결정... 쉴만큼 쉬었으니 스따또...

이곳에서 장터목 방향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다 왼편(제석봉 방향)으로 치고 올라가는 선명한 길을 선택한다.

 

 

 

09시

제석봉 뒷통에서 서쪽 반야를 바라보는 이 순간은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만치 가심이 뻥~! 뚫려 버렸다.

산에 오르는 맛 중에 이런 맛을 느끼는 건 둘째 가라면 서운한 맛 일게다.

저 아래가 소지봉이며 막걸리를 먹었던 포인트다.

 

 

 

제석봉 뒷통으로 올라가며 장터목을 가장 가차이서 바라본다.

 

 

 

너에게 왔음을 잘 했다.

 

 

 

반야봉

햐~! 죽여준다.

이리 존디 말이여... 다리에 힘도 풀리는디 오늘 하산하지 않고 장터목에서 하룻밤 신셀 질까는 생각도 스친다.

 

 

 

한시간만 더 일찍 올라왔더라면...

 

 

 

계속 오름하며 성난 파도처럼 꿈틀거리는 운해를 즐긴다.

조금만 참아달라~!

 

 

 

너는 언제 쓰러질련지~

 

 

 

연하봉-촛대봉과 구름에 쌓인 삼신봉

제석봉의 뒷통에는 이렇듯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으며 7월에 온갓 야생화가 만발할 때 다시 와야겠다는 맘을 굳힌다.

 

 

 

무더운 여름날에 무슨 야생화가 피어있을까~?

 

 

 

20일 전에 올라오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한다.

 

 

 

느무느무 푹신하여 자리에 누워 얼마를 쉬었던지...

다행하게도 비얌이는 보이질 않았으니...ㅋㅎㅎ

 

 

 

이 초원에 올라서니 자연을 훼손하고픈 욕망이 생기더라.

 

 

 

산객들의 아우성 소리를 귀 기울여가며 서서히 정규 등로에 합류하기에 이른다.

 

 

 

가을에도 참 이뿐데...

 

 

 

09시 44분

천왕이에서 망원경으로 보고있을 시간이다.

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구상나무 뒤에서 올라야할 천왕이를 잡는다.

 

 

 

제석봉을 넘어오며 놀며 쉬며 40분 정도 걸렸다.

정규 등로에 가까워지자 산객들의 아우성 소리는 더욱더 크게 들렸으며 산객들의 소리가 없을 즈음 살며시 합류한다.

 

 

 

저리 성난 구름바다가 일출이가 올라올 무렵에는 얼마나 잔잔했을까?

 

 

 

9시 55분

여기 도착 10분 전 정규 등로에 합류해서 담은 모습이다.

겨울엔 이정목 노란선까지 눈이 쌓이는데...

이리 더우니 벌써 겨울이 그립구다.

 

 

 

다들 가벼운 발걸음이라고...

 

 

 

10시 08분  통천문

성난 구름은 발걸음 바쁜 나를 기다리지 않고 반야를 삼키고 있다.

이 산객들의 바램도 역시나 조금만 기다려주지...

 

 

 

우리 인간의 욕망은 목표가 있을 땐 하나같이 다 같음이다.

 

 

 

보였다 가렸다를 반복하자 산객들도 나도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좋다.

지금 내가 여기에 서있는 너는 지리니까...

 

 

 

10시 17분

역시 대한민국 육지 최고봉을 올라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다.

 

 

 

이래서 천왕이라며 감탄을 연발하시던 멋진 아자씨...

 

 

 

천왕이...

 

 

 

10시 23분

모든 산객들 다 물어봐도 힘들었던 오름길을 다 잊을 수 있는 건 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던 여름날 이 능선을 걸어야겠다.

참 재밋을거양~

 

 

 

 

 

 

 

10시 28분

땀 찍찍 흘리는 무던 여름날 능선을 걸음할땐 중봉으로 대원사까지...? 

 

 

 

하봉-두류봉으로... 국골로 떨어지고... 극심한 가뭄으로 칠선이에는 물이 없으니...

 

 

 

10시 32분

아름다운 사람들

 

 

 

내가 천왕이에 올라올 무렵 저 아짐씨덜이 궁둥이 반야를 물었었다.

궁둥이... 저곳이 천왕이 다음이라 말하니 가보고 싶다 하시던데 꼭 걸음하시길 바란다.

 

 

 

늘 찾지만 그럴 때마다 설레임으로...

너에게 왔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이 한장을 남긴다.

 

 

 

11시 03분

철퍼덕 주저앉아 막걸리 한모금과 함께 내사랑 지리를 안아본다

오르는 사람들의 설레는 아우성 소릴 들으니 내려가야하는 생각에 얼마나 아쉽던지...

 

 

 

11시 21분

가려지고 다시 벗어지고...

너무나 시원하여 조금은 추웠지만 천왕이에서 느긋하게 한시간을 머물렀다. 

 

 

 

11시 34분

구름이 휘몰아 나를 감아도... 아쉬움이야 있어도... 이 순간 만큼은 굿~!

 

 

 

11시 48분

철퍼덕 주저앉아 여수막걸리 한병 비우는 맛이 딱~! 이었는데 내려가고 싶지 않은 느낌...

천왕봉 내림길이 이리도 길게 느껴지는건...

 

 

 

12시 21분

올라왔던 제석이로 다시 스며 들어간다.

아무리 아쉽다한들... 지금처럼 아무것도 안 보인다한들...

지리는 또...

 

 

 

화장실 냄시 땜시 장터목을 경유하지 않고 제석이 뒷통으로 왔던길 다시...

 

백무동 15시 40분 도착해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처음 계획한 대로 연하선경과 한신을 걸었을 터인데 오늘처럼 이리 힘든 지리는 별로 없었는데 나도 엔진에 조금 이상이 생긴 것일까...?

산행 잘하시는 솔맨님이나 들개(산고파님)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더라도 연하-한신을 걸었을 터인데...

무척 힘들었던 산행이었지만 제석봉 뒷통에서 멋진 운해를 감상할 수 있어서 오랜 기억에 남을 산행을 한 것 같다.

죽을만치 힘들어도 지리는 머지않아 또 가야쥐~

 

그리고...

오늘처럼 지리산행을 마치면 힘겨움에 지쳐있는 나에게는 힘찬 에너지가 생기는데 사랑하는 벗님의 응원의 목소리에 또,한가지 가슴벅찬 감동이 있어 더욱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