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1.날짜:2013.11.28(목)
2.날씨:흐리고 계속 눈 하산 후 맑아짐
3.걸음구간:중산리-천왕봉-중산리
4.걸음거리 및 시간:
5.산행동무:혼자
최근 지리산에 눈이 2m가 내려 휴일만 언닝다가오라고 손꼽아 기다린다.
어제 장터목에 전화를 해보니 지금도 내리고 있는데 현재까지 30cm이상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실 직원 후배 3명과 거문도를 가기로 했다가 남해서부먼바다게 풍랑주의보를 맞이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천왕이로 바꾸게 된 것이다.
근데 욘석들이 서락이를 함께 갔었떤 넘들인데 거문도에서 천왕이로 행선지를 바꾸니 모다덜 꼬랑지를 내려뿐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강해하기로 하고 수선스럽지 않으니 더 잘됐다싶어 새벽에 출발하기로 한다.
고속도로와 묵계양수발전소까지는 눈이 전혀 었었는데 중산리에 도착하니 터미널주차장에 적잖은 눈이 내려 있었다.
중산리터미널에서 중산리주차장까지 올라갈려했으나 자동차는 역시나 미끄러진다.
휴~ 조심하자~
터미널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단디 준비한 후 힘겨운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중산리탐방지원센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몇개의 발자국이 보인다.
기상 예보로 오전에 눈이 그친다는 확신으로 1000고지쯤 올라가면 대박일 것이라고 지리의 설경을 꿈꾸던 나는 설레는 맘으로 먼저 올라간 사람들을 잡아보려고 젊은 혈기의 엔진을 풀가동한다.
07시 30분
06시 50분에 출발하여 중산리탐장지원센터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단 한대의 자동차도 없었다.
나름대로 엔진을 풀가동한다고 했다지만 먼저 올라간 사람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08시 37분
홀로 힘겨운 싸움에 죽는 힘을 다해 오르고 또 오른다.
로타리대피소가 얼마남지 않은 지점에서 사람들을 마주친다.
남자 한분과 여자 세분이서 하산하는 것이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자고 내려오는줄알고 여쭤보니 눈이 많이 내렸고 바람이 매우 강하고 특히 여자들이 세분이나 되기에 위험하다며 하산하라 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케해야하나~ 순간 고민을 했지만 로타리대피소를 향한다.
오르면 오를수록 눈은 무릎까지 푹푹~빠진다.
바람은 매우 세차게 불어닥치니 러셀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09시 30분
09시 15분쯤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해서 정황을 살핀 후 매점에서 물을 2병 산다.
국공에게 물어보니 아까 몇사람을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럼 나 혼자 러셀을 하고 올라갈려면 정말이지 똥줄을 쌀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너지 보충을 해서 젖먹던 힘을 다해 올라볼 생각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려고 라면을 끓여 국물에 쇠주 1병을 깐다.
다행히 기온은 그다지 낮지 않아서 손시려운게 없다.
이선수님께 카톡을 하니 전혀 믿지 않으신 듯 날씨 죽이겠다는 대답을 하신다.
써리봉 조방처까지 올라갔다가 여의치 않으면 하산한다니 욕심이 많아서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라며 그 말마져도 믿지 않으신다.
돌팍님이 생각난다.
같이 왔었더라면 한잔 따라주고 싶은디 말이다.
10시 06분
30분 정도 쉬고 로타리대피소를 나오는데 국공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할려고 눈을 치운다.
눈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많이 내렸다.
혼자 러셀하며 올라간다는건 무리일 수 있다.
허나 욕심이 많기에 걍~ 앞뒤 잴거없이 올라가고 본다는 심보로 용기를 낸다.
11시 45분
남강발원지에 도착한다.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남강발원지를 1시간 30분이 걸렸다.
러셀을 통해 길을 찾아 더듬거리며 오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며 무름까지 빠지는 겨울산행을 해보았다지만 혼자서 이런 경우는 정말 첫 경험이었다.
12시 13분 드뎌 천왕이닷~!
천왕봉을 여러번 와보았지만 4시간이 넘어본적은 없었다.
로타리대피소에서 2km구간을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써리봉 조망바위에서 써리봉이 보이지 않으면 하산하겠다는 맘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개선문 1600고지를 넘으면서 욕심을 더욱 증가하였었다.
남강 발원지에서 천왕봉까지는 눈~눈~ 정말 정말 많이 쌓였다.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두려움 보다는 재미있다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찰라였다.
천왕봉에 올라 20여분을 강한 바람과 맞짱까면서 단 한사람도 구경할 수 없다는것 또한 처음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조망도... 모두다 보이지 않는다.
천왕이에 올라서 이런 경우 또한 처음이니 좋아하는 제석이를 갈 이유가 없다.
장터목을 봐도... 늘 바글거렸던 천왕이인데...
제석이와 멀리 반야가 보여얄낀데 말이지 뭔 날씨가 이런디야~! 구신이 곡할노릇이로다~ ^(^
중봉 방향을 봐도...
12시 26분
올라왔던 중산리를 봐도 단 한사람도 없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중산리로 하산했던 사람들처럼 장터목에서도 천왕이를 통제했을까~?
장터목에 수십명의 등산객이 1박을 하고 중산리로 하산했을게 분명한데 이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없다는게 이상하다 이상해...
제석이를 올라 멋진 사진을 담아보겠다는 야심찬 욕심은 한방에 사라지고 다시 중산리로 하산을 결심한다.
하기사 장터목에서 중산리 내림길로 혼자 레셀할 가능성이 높기에 나의 안전을 위해서 과감히 포기하는게 현명할 듯싶었다.
너덜지대를 내림하면서 써리봉 방향으로...
12시 34분
올라온다.
사람이 올라온다.
대단하심을 서로 인사 나누며 안전산행하시라는 말로 우리 둘이는 스친다.
사람들이 연이어 올라온다.
무지 반가운 순간이었다.
이러한 극한의 순간에는 사람들 모두가 자연스레 인사를 나눈다.
이분들도 올라오며 한두사람 올라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욕심이 많긴 많은가 보다.
계단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며 저 계단에 사람이 올라가고 있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돌아이일까~?
12시 44분
남강발원지에 사람이 또 올라온다.
올라오신 분은 힘듬을 잊어버리고 만세를 부른다.
강한 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도 이 순간이 기쁨인것을 어쩌랴~
나에게 사진을 부탁하자 한장 찍어드린 후 대신 모델로 부탁한다 했더니 나란히 서주신다.
부산이라신데 장터목으로 해서 다시 중산리로 하산하신다고...
중산리 도착하면 7시도 넘을 거라고 말씀드리니 상관읍딴다...ㅋㅎㅎ
고마우신 분들이었다.
무사히 잘 도착하시길 바랄뿐이다.
올라올때 찍은 사진과 다를게 없다.
여전히 눈은 계속 내린다.
단 한순간도 햇살이 나질 않는다.
눈꽃...
상고대가 아닌 오리지날 눈꽃이다.
하늘이 열리지 않아도 너를 봤으니 반갑기만할뿐이다.
13시 01분
써리봉 조망처를 내림하면서 올라가는 아저씨와 마주친다.
무지 좋아하시길래 사진한장 찍어 드린다.
자작나무
13시 26분
날이 개일지를 알고 올라오시는 분들인지 올라가면 하늘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무지 부러운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순간부터 분발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천왕이의 모습 좋을것이니 안전하고 즐산하세요~!
써리봉이 보일락말락...
13시 43분
중산리 방향
하단부는 하늘이 열릴 듯하다.
아까 혼자서 오름하시던 아저씨가 빠꾸를 하셨는지 금새 천왕이를 찍고 오셨는지 나를 추월하시고 법계사로 하산하신다.
13시 53분 법계사
가슴이 싸늘할 정도로 차갑지만 한모금 마시고 한장 담는다.
13시 56분
눈발은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계속 내린다.
14시 56분
망바위를 지나고 900고지를 내려설 무렵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어떤분이 만들어 놓으신듯... 귀여워 담아온다.
15시 04분 천왕봉-장터목갈림길...
아까 법계사를 들렸던 분들이 하산한다.
아침에 이곳도 온통 눈이었는데 강한 오후 햇살에 이내 녹았다.
15시 32분
중산리야영장에서 천왕이 오름길에 문이 새로 만들어져있었다.
15시 46분
중산리탐방지원센터 2층에 올라가서 오후 햇살에 비춰진 천왕이 모습과 노오란 낙엽송을 보았다.
15시 50분
하산하니 남서쪽의 오후 햇살이 죽여준다.
16시 45분
천왕이를 비추는 오후 햇살이 죽여준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구름이 벗어지는 천왕이를 바라보며 한번 더 올테니 기다려라...
19시에 순천 도착
짐을 풀고 규리를 학원에서 데려와 계림유사에서 치킨에 하산주를 먹는다.
천왕이를 여러번 경험했지만 천왕이에서 단 한사람도 보지 못한 것과 산행내내 눈을 맞아본 것이 처음이고 단 한순간도 조망을 보지 못한 것도 처음이다.
겨울이 시작되어 첫 눈꽃을 천왕이에서 맞이할려고 강행했던 오늘의 산행은 아쉼움보다는 오랜 추억으로 남을 듯싶다.
언제고 또 올라보리라... 천왕아...!
내일 금요일은 백운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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