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힘들더라~! 가을 지리산
추성리주차장-칠선계곡-대륙폭포골-하봉-허공다리골-얼음터 독가촌-광정동-추성리주차장
1.날짜:2013.10.21(월)
2.날씨:맑은 후 차차 흐려짐
3.걸음구간:추성리-용소폭포-철선계곡-대륙폭포골-초암능선합류-하봉-두류능선-허공다리골-광점동-추성리
4.걸음거리 및 시간:약 16km 15시간
5.산행동무:돌팍님
작년 가을에 칠선이를 걸음하지 못하여 올핸 꼭 들어가겠다고 맘을 먹었었는데 여러가지 일들이 복합적으로 생기는 바람에 갈 수 있을련지 의문에 휩싸였으나 지리산군 돌팍님께서 휴가를 내시겠다고 하시니 올커니...그럼 월요일날 갑시다.
이래저래 앞뒤 잔고를 많이 할 필요없으니 고~고~
돌팍님께선 정기 산행으로 전날 내변산행을 하신 상황이라 무지 피곤하셨을터인데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의리의 사나이...
헌데 내변산행을 나선 돌팍님의 핸폰이 꺼져 있었으며 여수를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되질 않는다.
만약 돌팍님이 이대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나 혼자라도 걸음하겠다고 작정했는데... 양반은 못되는지 삐리리 연락이 온다.
23시에 퇴근한 상태라 잠이 부족하지만 산행이라는 기분만으로 그러한 힘겨움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보따리 챙겨서 순천에서 여수까지 돌팍님을 모시러 가고 다시 순천으로해서 추성리로 접어든다.
돌팍님이 운전을 하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추성리에 도착까지 잠을 잘 수있었다.
추성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 몇명이서 라면을 끓여 먹고 산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속으로 나불거리며 올라가지 않으시냐고 물으니 월요일이니 예약산행을 신청했단다.
그럼 우리 둘이는...ㅋㅎㅎ
조용히 용소로 빨려든다.
05시 55분
주차장에서 단단히 산행준비를 마치고 용소로 접어든다.
용소가 있는줄도 몰랐던 나는 용소라는 곳에서도 갈 수 있다고 돌팍님이 말하자 나는 궁금한탓에 안가본 길이니 무조건 가자고...
용소에서 칠선계곡의 정규 등로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며 두지동으로 돌아서 가는 길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느껴졌다.
07시 13분 선녀탕
마빡에 불 밝히며 어둠을 뚫고 지리산 길을 걷는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용소에서 선녀탕까지 오면서는 힘겨움이 없었으며 언제나 그렇듯 설레임이었다.
칠선계곡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지만 올해의 단풍은 약 5일정도 늦은 상황이기에 선녀탕엔 아직 단풍으로 물들지 않았다.
보급형 기종이기에 셧터속도가 느린 카메라가 오는ㄹ따라 무진장 거슬린다.
가벼운 삼각대를 가지고 갔었지만 갈길이 멀고 돌팍님을 생각하자니 좋은 풍경이라고해서 무조건 삼각대를 펼칠 수는 없다.
선녀탕을 거슬러 오르면서 칠선계곡을 몇장 담아본다.
선년탕을 지나고 올라갈 수록 단풍이 곱게 물들어있었다.
맘같아서는 대륙폭포까지만 갔다가 다시 하산하고픈데 어찌 산행 욕심을 참을 수 있겠는가~?
07시 57분 비선담
비선담을 끝으로 정규 등로를 지나 본격적인 칠선계곡으로 흡수된다.
추성리 주차장에서 07시 전에 예약 산행이 출발하니 세월아내월아하며 사진 찍는다고 마냥 지체할 수 없다.
징글징글한 10km의 칠선계곡을 오르는 길은 결코 쉽지않다.
때론 계곡으로 때론 히미한 등로로 거슬러 올라간다.
08시 20분
청춘홀을 지나 천천히 오름길은 이어진다.
갈수록 짙어가는 단풍에 감성이 많은 나는 감탄을 자아낸다.
08시 25분 칠선폭포
지리산을 찾는 산객이라면 누구나 칠선폭포를 경험하고 싶듯이 나 또한 마찬가지다.
칠선폭포는 어느 누구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자연과 칠선이가 변함없는 아름다운 비경을 이어가기에 우리들이 지리산을 찾는지도 모를 일이다.
피곤함인지는 몰라도 얼굴이 부어있는 것 처럼 팅팅~하다.
칠선이 앞에서만큼은 피곤해도 좋다.
산행보다는 이곳에 죽치고 앉아 막걸리 마심서 자연을 벗삼아 마냥 쉼하고 싶은 생각이든다.
09시 대륙폭포
돌팍님이 대륙폭포 상단으로 올라가신다.
대륙폭포 상단으로 올라가다가...
09시 13분 대륙폭포 상단
수평으로 찍으며 빨간 단풍이 앵글에 들어오지 않기에 꼰지발로 담아낸다.
09시 27분
본격적인 대륙폭포골이 시작된다.
이곳을 처음 들어왔던 2년전에는 미치게 힘들었었는데 이번엔 어떨련지...?
돌팍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중요한것은 오늘 첫번째 쉼터인 어디쯤에서 막걸리를 마시느냐이다...ㅋㅎㅎ
갈수록 밀림속으로만 빨려들어간다.
2년전 여기쯤에서 사람의 흔적을 봤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계곡물로 빤지 몇분되지 않은 남자 트렁크 빤스와 내복이 돌팍에 널어져 있었는데...
2년 전의 산행기에서...
2011.7.20
헉~!
계곡을 치고 올라오는데...
여기의 고도는 아마 1100고지
이런 곳에 남자 속옷이 양지바른 바위에 말려져있었다.
그것도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돌로 눌러놓은 모습과 나무를 조각칼로 특이한 모양을 만들어 놓은... 누굴까? 분명히 누가있다.
옷이 말려진 시간은 약2시간 전 (겨울 내의 상하2장/트렁크타입의 펜티/양말/낡은 수건:오른쪽 아래)
아는 사람은 알까?
한15분 정도를 기다리며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려 노력했지만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숲속 어디에선가 우릴 지켜보고 있는것 같은 생각을 하니 싸늘한 생각이 들었다.
09시 33분
막걸리 마시는 포인트는 저기가 좋다고...
막길리 포인트에서 올라왔던 대륙폭포골의 밀림을 내려다본다.
10시 13분
30여분동안 좋다고 좋다고 얘길 나누며 구운 햄에다가 막걸리 2병을 비우고 보따리 챙기고 출발한다.
10시 17분
칠선계곡과 대푹폭포골의 단풍은 제대로 만끽하는 듯 싶다.
칠선이에서는 월요일이라 예약탐방객을 대동하고 공단직원이 올라올꺼를 경계하면선 발걸음음 빨리 했었는데 여기서는 우리둘의 세상이다.
10시 38분
돌팍님이 여기서 갈등한다.
2년전에는 우골로 치고 올라 하봉의 너덜지대로 올랐었는데 오늘은 초암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자고 돌팍님께 말한다.
여기든 저기든 힘든건 마찬가지...
10시 43분
오르면 오를수록 단풍은 곱디 고왔다.
오르면 오를수록 다리에 힘은 빠졌었다.
오르면 오를수록 빨리 하산하고픈 생각에 잠기기도 했었다.
10시 45분
지리산을 오르는건 힘겨움이지만 때론 개구장이처럼 천진스럽게 즐기며 산행한다.
이순간을 즐기는자만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여러번의 무명폭포를 만나며 험한 대륙폭포길을 거침없이 치고 오른다.
얼마나 더가야 초암능선의 등로에 함류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11시
갈수록 다리에 힘은 빠져나간다.
가끔씩 인증사진을 찍으며 힘겨움을 이겨낸다.
초행길이지만 지리산 계곡은 어느곳이나 비슷하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다.
작은 무명폭포를 몇개 지나니 계곡물줄기가 약해지며 서서히 능선이 가까워짐을 암시한다.
11시 13분
여름날 집중호우가 내리던 때는 이곳이 엄청난 물을 품어내겠지만 상단부로 올라갈수록 물줄기가 약해지더니 이젠 물이 흐르지 않는다.
지리산계곡은 원시림이다.
배불뚝이 돌팍님...
몸무게를 줄여야한다면서 점심을 먹지않는다는 돌팍님은 정말 드시지 않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11시 35분
오르고 올라도 아직 능선이 느껴지지않는다.
돌팍님은 계속 앞으로만 전진하는데 나는 계속 뒤로 밀린다.
하산하고픈 맘이 굴떡같다.
여기서 하산하더라도 16사전엔 도착할 것인데...ㅋㅎㅎ
12시 15분 정규등로 합류지점
30여분을 계속 치고 오르시더니 이이고야~ 죽것다하시며...
능선에 거의 다다를 무렵에서야 힘들다하신다.
잘도 걷는 돌팍님...
어제 내변산을 다녀오시고도 힘이 남고 또 남는갑다...
거친호흡에 가슴팍이 찢어질라하며 허기진 배는 아무런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12시 33분
개선문이라 해야할지...
중산리 천왕봉 구간의 개선문 보다 2배는 커보였다.
여기를 빠져 나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르고 고되던지 나는 더이상 걸음할 수 없어 처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쭉~치고 오르시는 돌팍님이 얄밉기도했지만 어차피 하봉에서 만날 것이기에 계속 올라가시라 말한다.
단풍도... 칠선계곡도.... 대륙폭포도... 아무런 생각이읍따.
그저 이대로 쉬고 싶을 뿐이다.
조금더 치고오르자 멀리 서북능선이 조망된다.
여기는 밧줄오 오를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끙끙대며 통과하니 하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13시 32분 하봉도착
하봉에 도착하니 멀리 반야가 구름사이로 조망되며 서북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아래는 올라온 대륙폭포골과 초암능선이다.
아래 바위가 이어진 능선이 올라온 초암능선이며 우측으론 국골과 좌측 능선은 두류능선이다.
두류능선
두류능선 중간지점에서 우측으로 떨여져야 허공다리골로 들어갈 수 있는데 막막하기만하다.
먼저 도착하신 돌파님은 삼겹살을 맛나게 굽고 계시는데 나는 하봉에 올라서자마자 아래 능선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기에 몇장이라도 찍어야 후회를 안할 듯 싶었다.
13시 35분
얼마나 감격한 순간인가?
돌팍님이 굽고 계시는 삼겹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삼겹살에 소주한잔 부딪히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초암능선을 함류하여 하봉에 도착하기 30분전에 너무도 허기진나머지 사과 한개를 폭풍흡입을 했었는데... 그 사과를 먹지 말건데...ㅋㅎㅎ
1시간여 동안 즐거운 즘심을 먹고는 보따리를 챙기는 순간... 헉~! 가져온 삼각대가 읍따... 산에 가지고 댕기라고 귤맘이 사준건데...
분명히 사과를 먹던 장소에 삼각대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혼자 초암능선으로 하산한다.
하지만 읍따... 순간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배낭을 벗은 경우는 처음 막걸리 먹던 장소와 사과를 먹었던 장소 두곳뿐인데 어디란 말인가~?
30분 동안 거친호흡 토해내며 왕복했던 초암능선이 그리 힘들줄은 몰랐다.
삼각대를 포기하고 두류능선으로 들어간다.
13시 56분
즘심을 먹던 하봉은 순식간에 구름에 갖힌다.
가야한 두류능선
14시 01분
비법정 등로라지만 초암능선과 두류능선의 산길은 정규 등로나 다름 없을 정도로 길이 선명하다.
지리산은 계곡길만 히미할 뿐이지 모든 능선길은 선명한 것 같다.
14시 18분
구름이 지리 주능선을 삼키고있다.
14시 28분 국골사거리
진주독바위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하산지점이다.
돌팍님이 서 계시는 나무밑 돌뎅이에 매직으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었다.
여기서 우측으로 빠질까 하다가 조금더 진행 후 허공다리골로 하산하기로 한다.
14시 35분
허공다리골 진입을 10여분 남겨놓고 마지막 조망처에서 사진도 찍으며 잠시 쉼한다.
보이는 능선 중간지점에서 우측으로 허공다리골이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허공다리골로 가지말고 두류능선으로 편하게 가고 싶었지만 꾹~참는다.
이사진을 마지막으로 허공다리부터 광점동까지는 지옥훈련이나 다름이 없었다.
허공다리골(16시 45분)-어름터 독가촌(20시)-광점동(20시 30분)-추성리주차장(20시 50분)
2011.7.20 칠선계곡 산행과 거의 똑같은 출발과 하산 시간...
지리산의 계곡을 치고 오르는 길은 어디든 힘들지만 2년전 칠선계곡-대륙폭포골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던 날이었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좋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어느 길이든 해지기 전엔 도착하지 못하기에 원래 계획했던 허공다리골로 하산했다.
허공다리골은 국골에 비해서 험하지는 않지만 계곡길이 더욱 히미했던 상태였으며 하산하는 동안 밀림과 산죽을 헤치며 매우 고생을 했었다.
고로쇠채취 파이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22시쯤에 도착하지 않았겠나 싶을 정도로 힘겨운 하산길이었다.
다음 지리산 계곡을 경험한다면 어디를 선택해얄지...
아마도 목통골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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