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상에서...

부침개 대신해서...

풍님 2011. 7. 9. 20:30

 

 

피자를 시켜먹다.

그런데 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2011년 7월9일 새벽 4시30분...

난 덕유산 종주를 위해서 배낭을 다 꾸려 놓고 어젯밤 설레임에 잠 못이루다가 겨우 잠을 들 수 있었는데 새벽부터 천둥을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빗물은 베란다 마루에 한강을 이루고 있었으며 나는 걸레로 훔쳐내면서 그칠줄 모르는 비를 바라보며 망연자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무섭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잠은 오지 않았으며...

난...

결국...

덕유를 포기하고 말았다. (혹시 블벗님들의 기도발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일까? ㅎㅎㅎ)

그리고...

 

 

 

블벗님들 말씀이 비가 올 땐 엑스레이 찍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해서 한번도 안해본 나도 함 해 볼려고 작정을 한다.

작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중 이렇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건 예사로운 깨어남이라 전혀 상관없었지만 시간을 소비하고 소비하여도 07시가 되질 않는다.

혼자 밥을 챙겨 먹고 쏟아져 내리는 비를 구경 나갈까 하다가 천둥 번개 땜시 용기가 나질 않고 걍~ 집에서 베란다만 넋을 잃고 바라본다.

괜히 베란다에 대고 야~! 창문이라도 열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 아니야~! 라며 하늘에 대한 넋두리를 발설한다.

열 무지 받아서리 말이다.

블러그를 뒤적거리는 것도 재미있어야 함은 당연함이며 힘이 있어야 할 노릇이고 뒤적 뒤적이다가 그만두고 다시 엑스레이를 찍어 보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휴~!

이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건 일년에 몇 차례 안되는디...

펭귄님께선 청주에 도착하셨다며 비 안온다고 메세지가 날라오는데 난 아직도 방에서 한발작도 나가질 못하니 갑갑하고 무지 힘든 순간이 되어 버렸다.

다시 카페도 구경하며 밀린 댓글도 달아보고...   하지만  힘든건 마찬가지...

비 엄청 쏟아지지만 통제없는 조계산이라도 가알~걸...  후회를 수십차례...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점심 때가 된다.

그기야 호들갑을 떨며 "여보~ 부침개나 붙어먹읍시다~"  라고 말하니 규리 왈  "아빠 용돈으로 피자 하나 먹지요"  난 또한번 가심이 울컥~쏟아진다.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피자를 잘 먹지 않은 내따님 규리이기에 특별히 꼼쳐둔 용돈을 꺼내서 피자를 한판 시킨다.

쏟아지는 비에 당연히 배달은 늦는다고... 

성질 급한 난 1시간10분을 기다리는데 죽는줄 알았다. 

 

 

 

 

맛있게 먹을려고 해도 맛이 있을 수가 있나...  

걍~ 의무감에 한조각을 내 속 깊숙히 채우고...

뭐~ 다른거없나 고민하다가 순간적으로 하나를 생각한다.

뭘~ 생각해 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스스로에게 감탄을 하고 나도 모르게 앗싸~! 소리치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스럽게도 있었다.

나의 처진 기분과  힘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탄탄한 역할을 하는건 사람도 아닌 바로 이 막걸리 한병...

이 막걸리가 날 살려낸 것이었다.

평상시에는 여수막걸리를 먹다가 여천 막걸리를 먹으니 더욱 새콤하고 맛이 딱~! 이었다.

이로써 힘들고 무료했던 오늘의 시간을 그나마 행복하게 보낸것이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도 않은 것이며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걸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ㅎㅎㅎ

 

 

나누며...   배려하며...  라는 것 때문에 평소에 잘 먹지 않고 나와 어울리지 않은 피자를 규리를 위해서 먹었던 힘든 하루

하지만

난 오늘도 가족이 있어 진정 행복이라는 단어를 하나 챙기게 되어 시원하다.

 

 

 

 

나누며...  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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