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갔다 왔는디 가볼만 하더이다.
1.날짜:2011.7.26
2.날씨:매우 흐림(한계령-대청까지 구름과의 혈투 및 대청-마등령까지 매우 흐렸으나 시계 좋아짐)
3.걸음구간:한계령-끝청-중청-대청-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4.걸음거리 및 시간:약 22km 15시간
5.산행동무:나홀로
벼르고 있었는데 강원도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준비는 다 했고 차만 움직이면 되는데...
날씨도 좋지 않은데...
가~? 말어~?
속초... 설악... 쉽게 갈 수 없는 곳인데...
에라 모르겟다 출발이닷~!
이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25일 18시에 여수를 출발 26일 01시00분에 오색엘 도착한다.
나의 행선지는 한계령...
하늘을 보니 별이 초롱하다 너무나 감사한 날이라 생각하고 오색을 올라 대청 일출을 볼까 하는 생각으로 등로입구를 확인하는데 문이 닫혀있다.
월요일이라서... 주말엔 열어놓는다 하던디...
예정대로 다시 한계령으로 차를 굴린다.
01시 20분에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한숨 때린다.
잠은 당연히 오질 않는다.
뒤척이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1시간이 금새 흘러버리고 피곤함은 물밀듯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산이 좋다고?
얼마나 산이 좋으면?
내가 미쳤지?
하면서도...
피터팬님과 이선수님이 알려주신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설레는 맘으로 천천히 준비한다.
사람은 단 한명도 없고 휴게소 주인장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계실뿐...
들머리는 화장실 바로 옆 계단이었다.
오색과 다르게 문이 이미 열려있었다.
문이 열려있는줄 알았다면 도착하자마자 올라갈 것인디
02시 40분쯤 되었을까?
이렇게 한계령의 오름은 시작되었다.
2011.7.25 21:59
음성휴계소에서 잠깐 쉴겸해서 저녁을 챙겨 먹는다.
맘은 이미 설악에 가 있었으며 입맛도 별로 없거니와 휴게소의 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먹어야...
2011.7.26
02:58
한계령휴게소 바로 옆에 계단이 있는데 그곳이 들머리일 줄은...
05:40
예정 시간보다 훨 늦게 도착한 삼거리
늦게 도착한 이유은 알바 비슷한 알바를 했으며 안개 때문에 발길을 옮기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다.
한계령 2.3km
많이 올라왔지만 여기가 귀떼기청봉 삼거리라는 것 만 알았지 아무것도 안보여 감을 잡지 못하고...
05:47
지금 쯤이면 서북능선의 조망이 보여야 하거늘 안개가 너무나 심한 상태였다.
아니 구름이었다.
이름이 있는 바위 같아서 담아왔다.
피터팬님은 아실것인디~
07:13
한계령에서 열심히 걸어 4.1km 올라왔는데 중청까지 아직도3.6km 남았다.
10m 앞을 분간하기 힘든 상황속에서 이렇게 올라왔다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큰 경험이었다.
피터팬님이 일러주신 조망을 시원하게 보고 싶었는디...
어차피 운이라도 좋다면 공룡능선에 올라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
07:27
4시간 30분을 올라왔는데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모른다.
부자기간에 친구처럼 편안하여 너무나 인상 깊었던 두사람...
부자기간이라기 보다 선후배 사이라는게 어울릴듯...
아들을 25살에 낳았다고 하던데...
08:17
이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 왔더라면 새벽 산길에 안개 자욱한데 얼마나 등거리가 오싹 하였을꼬...ㅎㅎㅎ
09:03
여기까지 6시간이 걸리다니... 휴~
드뎌 대청이 보인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설악이가 여기에 도착하니 보이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앞으로의 시간 동안에 쭉~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 순간이었다.
09:07
금방 지나왔던 끝청
중청 정상에서 어딘지 모르는 방향을 보며 한방 눌러댄다.
아마도 봉정암 내림길 어디...
보이질 않고...
가심이 무너진다.
얼마나 기대를 허고 올라 왔는디...
공룡능선 방향으로 희운각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구름이 걷히고 열릴가...?
09:35
바람이 무지 강하게 불어댄다.
힘들것 같았다.
09:39
함께 올라왔으니 함께 아침을 먹는다.
헬기 작업을 못해 대피소에 먹을게 한테기도 없었다.
라면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코펠과 버너를 쌩고생하며 지고 올라온 샘인데 라면을 가져오길 천만 다행이었다.
중청에서 잠을 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하산했을까...?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은 딱~! 7명 봤는디...
여수에서 사가지고 냉장고에 땡땡 얼려서 지고 올라온 내 먹걸리
이 한잔에 여유로움을 갖으며 산 능선에서 행복을 느낀다.
막걸리가 아니었다면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대청봉은 다행히 구름이가 덮었다 열렸다를 반복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아픔이 클꼬...
오르며...
10:18
오늘이 3일째란다.
10:30
감동은... 행복은 이런것...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데 오색으로 하산할까? 망설이기도 한다.
함께 올라왔던 부자지간의 남정내는 오색으로 하산하고...
순식간에 삼켜버리고...
11:02
이왕 이렇게 올라온 이상 못먹어도 고고...
희운각을 행하여...
11:15
소청정상:1515m 도착
예전에 왔을땐 죄측 길이었는데:소청대피소:0.4km 봉정암:1.1km
오늘은 우측으로:희운각대피소:1.3km 양폭대피소:3.3km 공원입구(소공원):9.8km 나는 결국 이 길을 선택했다.
그때 가을에도 첫눈이 내리며 하산할 수록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날씨였는데...
오늘은 비가 아닌대신 구름이가 앞을 가리니...
봉정암쯤 되는지...
12:08
담엔 여길 오고싶지 않을 정도로 희운각을 내림하는 계단은 엄청 힘이들었고 무지 가파른 길이었다.
중청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나에게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에 여러번 답을 하면서 속으로 많이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내림하면서 공룡능선이 구름으로 덮혔다 열렸다를 반복하자 나의 맘은 설레임으로 쿵쾅거렸다.
제발 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맘 뿐이었다.
12:14
무너미고개
워메이~ 겁나게 남아부렀씨야...ㅋㅋㅋ
마등령:4.9km 대청봉:2.5km 희운각:0.2km 양폭대피소:1.8km 소공원:9.8km
12:19
중학교 1학년과2학년인데 중청에서 하룻밤...
공룡으로 간다고 하는 대단한 녀석들...
12:42
저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무지 힘들게 내려오고 다시 공룡이로 접어들어 1km를 올라왔는데 다리에 힘은 다 빠져버린 상태로 앞으로 갈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저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생각 밖에는...
12:47
신선대쯤 되는가 싶다.
상록님이 여기서 범봉을 담으셨다 했는데 역시나 진사님들이 계신다.
남자 두분과 여자 한분의 진사님들이 계셨는데 장비는 대단하였다.
대청에서도 진사님들이 계셨고 공룡에서도...
자연의 신비함에 취함이었던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련가...?
작품을 남기고자하는 단순한 욕심은 아닐진데 무엇이 그리도 이끌고 있나는 말인가...?
나 역시도 멀리 여수에서 여기까지 들어온 사실은 어디에...
아래 진사님이 향긋한 커피 한잔을 건내시며 자기도 젊었을 때 그랬다 하시며 안산 행산하시라 하신다.
감사하며...
12:50
구름이 덮혔다가 열렸다가...
따뜻한 커피 한잔에 취해 오래 머물며 노닥거리며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감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난 움직인다.
어~! 울산바위도 보인다.
아홉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마등령이라 했던 기억인데 이 길을 걷고있는 나는 그 말을 실감하게 된다.
피터팬님이 점심을 먹으라 하셨던 1275봉은 아직도 멀었는데...
나의 체력은 한계점에 도달했는데...
1275봉을 넘는다해도 마등령은 아직 더 멀었는데...
아~! 얼마나 더 가야하는가...
이렇게 힘든 여정속에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 내 눈앞에 펼쳐져있기 때문...
13:05
13:15
또 넘어야할 봉우리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걱정만 앞선다.
포기 할래야 포기할 수 없는 이 산길에서 함께 걸음하는 사람이라곤 단 한사람도 없으니 한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일련지...
백담사에서 휘운각으로 넘어가는 산님들 세분을 만났는데 다들 힘들어 마주치는 나와는 반가움을 표현할 수 없었던...
13:22
13:25
용아장성과 귀떼기청봉이라고 했는데... 맞는지 모르며...
이렇게 걸어왔는데...
거친 호흡속에서 나는 지금 행복한데...
13:29
대한민국 제일의 등산로를 걸었다.
잘 정비된 설악산에 감탄한다.
13:39
13:41
여기는 어디쯤인지? 뾰쪽한 1275봉은 아닌것 같은데...
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다시한번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중청에서 희운각까지 2병 희운각에서 5병
멋지다.
울산바위가 또 보인다.
욕심을 낸다면 하늘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14:00
용아장성이 한눈에 들어와 설악에서 가장 멋진 소나무를 배경삼아 담아 델꼬왔다.
14:05
이 엄청난 오름길을 올라오며 이마에 줄줄 흘러내리는 내 땀방울은 그 무엇으로 바꾸겠는가...?
다시 뒤돌아보며 내 걸음에 만족한듯 힘겨운 웃음을 지어본다.
오늘의 힘듬을 기억하겠지만... 언제고 가을이면 또 걸어보겠노라고...
어떻게 이런 기암들이 생긴 것일까...?
믿을 수 없었다.
낑낑대며
올라와 보니 1275봉인가 싶다.
피터팬님이 여그서 점심을 먹으라 했는데 먹을 것 이라곤 자두 5섯개가 전부다.
다행하게 물이라도 풍부했기에 이 암릉을 무탈히 접수하지 않았나 싶다.
14:21
이제 3km 왔노라...
걸음으론 한 6km정도 걸은것 같은디...
이곳은 텐트3개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는 넓직한 공간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오래도록 쉼한다.
단 7분...ㅎㅎㅎ
자두 껍질을 주니 다람쥐가 3마리나 달려든다.
지들끼리 서로 싸우며 난리났다.
골고루 나눠준다.
다람쥐를 내 몸 1m 까이서 보기는 첨이었다.
귀여워서 잠깐 놀아준 다람쥐랑 이제 작별을 고한다.
다람쥐야 안뇽~ ^)^
니들과 좀더 놀고 싶지만 형아도 갈길을 가야지...
마등령 아직 멀었구나... 휴~!
또 이렇게 험한 비탈길.
다시 저길 넘아야 한다는것.
장난이 아닌디...
14:43
저 능선으로 가야 비선대를 갈 수 있다하는데...
또 뒤돌아보며... 지나 걸어온 시간을 되새기며...
난 이렇게 설악의 품에 머물러 있거늘...
이제 또 내림하면 언제 다시올 수 있을려나...
그리움으로...
15:16
뾰쪽한 저 암릉은 무슨 이름이 있을까? (세존봉:피터팬님 도움)
저기로 내려서야 한다는데...
하늘이 열렸다면 아름다운 울산바위를 조말할 수 있었을텐데...
저 능선으로 걸어갈 2시간 전...
15:30
다시 용아장성과 귀떼기청봉을 바라보며 저기 또한 언제고...
15:31
헬기가 오랜 시간동안 머문다.
설악의 암릉 사이 사이를 후비벼 무얼 찾는 모양이다.
아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생각을 해본다.
15:42
즈~응~말 겁나게 걸어왔다.
1275봉을 넘어 나한봉을 넘은 것이다.
넘을 땐 잘 몰랐지만 여기서 바라보니 알 것 같았다.
그러면 마등령이 바로 코앞...
15:44
애사롭지 않은 운무가 깔리지만 아름다움은 내 맘을 더욱더 설레게 만든다.
갈수록 짙어지는 구름이 애사롭지 않아 발걸음을 빨리 달리는데 드디어 앞서가는 부부님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다행히도 비선대로 하산 한다니 힘든 내 발바닥엔 엔진을 추가로 부착한듯 느껴졌다.
15:57
마등령도착
얼마나 기다리던 길목인가...?
남들은 3시간이면 도착한다는데 희운각에서 12:08에 출발하여 거의 4시간 만에 도착한다.
16:12
왼쪽 귀퉁이 세존봉도 뽀꼼히 보인다.(피터팬님 도움)
마등령에서 산허리를 굽어 비선대 방향으로 전환하니 이젠 지나온 능선들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운무는 갈수록 짙어지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데 애사롭지 않은 기상이 금방 뭘 쏟아 내릴 기색이다.
발걸음을 좀더 빠르게...
무릎을 다쳐서는 안되는데...
조심조심~ 좀더 빠르게 하산한다.
산허리를 굽어보니 지나온 범봉도 보이며 나한봉도 보인다.
내가 저길 어떻게...
칠성봉 화채봉도...
16:14
화채능선 위로 대청이와 중청이는 구름속에 가려진지 꽤 오래인데... 아직 열리질 않은 모습인데... 더 짙데 깔릴려는 모양이다.
화채봉이 선명한데 언젠간 저기도 걸어볼 날이 있겠지~
대청에서 중청으로 소청으로 희운각으로 신선봉으로 1275봉으로 나한봉으로 마등령으로 참으로 많이 걸어왔노라...
16:30
변종인지 모르겠지만 벌써 물들어있다.
17:13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체할 겨를이 없다.
애사롭지 않은 하늘이 컴컴해진다.
쏟아지기 전에 하산을...
오후부턴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정확히 맞추나보다.
저 구름 밑으로 내려가야 비선대인데 아직은 1000m고지다.
구름이 올라온다면 비는 시작된다.
아~!
17:23
많이 내려오긴 했다.
그래도 아직은 구름 위에 있으니 얼마를 더 걸아야...
헉~!
거친 호흡은 그칠줄 모른다.
15시나 16시쯤 맞은편 암봉을 보며 무슨 이름이 있을까? 했었던 바위 덩어리를 목격한다.
17:24
이로부터 1시간 10분이 지난 18시 20분경에 비선대에 도착한다.
비선대에 도착하기 불과 몇분 전 반가운 목소리를 듣는다.
블벗님이신 이선수님이 지금 어디까지나 하산했는지? 염려를 하시며 날 챙기신다.
비선대 곧 도착한다니 이젠 안심이라신다.
애썼다 하신다.
한참을 통화하면서 씻을 곳 까지 다 말씀해 주신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감사함과 감동이었다.
통화 후로 남은 걸음이라도 빨리 하산하기 위해서 사진도 찍지 않았으며 비선대에 도착해서는 쿵~ 꽈 꽈 꽝~! 하는 천둥소리가 요란하여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다.
비선대의 분위기도 지저분하여 사진을 담기 싫었다.
그보다 맘이 급한것은 주차장까지 빨리 빠져 나오는것.
씻어야하고 차도 회수 해야하고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설악의 신비로움을 내 가슴에 팍~ 팍~! 넣어두고 설악을 그자리에 남겨둔채 돌아왔다.
천불동도 가야하고 귀떼기도 가야하고 대승령도 가야하고 화채도 가야하고 울산이도 가야하고...
갈 길이 아직도 엄청 있는디 오늘 괜시리 설악에 와서는 이런 욕심만 늘었나 싶다.
산이란 다 그런것이 아니던가... ㅋㅋㅋ
그리고 여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