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벤-덴빈" 녀석이 내 눈시울을 자극했던 산행
1.날짜:2012.9.2(일)
2.날씨:맑음/선선한편(900고지부터 구름속에 갖힘)
3.걸음구간:쟁기소-봉산골-중봉-반야헬기장-대소골-심원마을
4.걸음거리 및 시간:약 13km 13시간
5.산행동무:돌팍님
6.산행장비:내보따리,니콘/시그마17-50
원래는 토,일 양일간 지리 화대종주를 할 계획이었다.
지난 백운산 산행시 왼쪽 무릎 근육에 약간의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화대종주를 꿈꿨던 맘은 서서히 식어갔다.
한편으론 서락의 토왕성을 꼭 가고 싶었던 맘이 앞서있었다.
화대종주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비중을 차지하면서 조율에 들어간다.
결국 아픈 무릎을 이끌고 서락을 아주 아주 만족하게 다녀왔었다.
9월 1일과 2일 계획했던 화대종주는 포기하고 그 댓가로 지리 한바리 할 생각을 한다.
혼자는 무섭기에 돌팍님께 졸라서 봉산골을 들어가기로 약속한다.
만만치 않은 봉산골...
여천에서 04시 출발 돌팍님의 애마를 몰고 05시 45분에 쟁기소 앞에 도착한다.
몇일전 배탈이 났었는데 아직 온전치 아니하여 배가 약간 사르르~ 했지만 괜찮겠지라며 강행한다.
돌팍님과 나는 중봉을 찍고 하산을 어디로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중봉에서 밥 묵으며 결정하기로 하고 고~ 고~
06시 요이땅~
06시 06분
돌팍님의 애마를 조심히 모셔두고 쟁기소 출렁다리를 지난다.
일요일이라서 한 두 사람의 산객을 만날 것 같았지만 아무도 없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건너편에 커다란 나무가 자빠져있으며 다리는 휘어진 상태다.
쟁기소
06시 10분
가심이 아파~
다리를 건널때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06시 17분
선명하게 보여지는 봉산골 초입을 오름질하며 나무 잔가지들이 많이 부러져있는 모습을 확인한다.
첨에는 누구나 그렇듯 지 좋아하는 산행을 하는데는 설레임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06시 26분
06시 32분
고로쇠 파이프 시러시러...
나무 잔가지만 부러져 있길래 봉산골은 작은 계곡이어서 볼라벤의 영향이 별로 없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06시 42분
느긋하게 츤츤히 쉬며...
수량이 적당하여 계곡다운 분위기가 넘 좋았다.
06시 51분
평소라면 30분이면 도착해야할 포인트지만 1시간이나 걸렸다.
우린 늘~ 이렇게 천천히...
사르르 아픈 배를 해결하기 위하여 배낭을 내리고...
이크~ 흉물스런 고로쇠 15mm PE 라인
이크~ 흉물스런 고로쇠... 여기도...
07시 07분
07시 14분
07시 17분
봉산골이 점점 더 깊어지면서 볼라벤과 덴빈의 여파가 서서히 확인되기 시작한다.
07시 22분
07시 28분
수많은 작은 폭포들과 션한 물줄기를 만날 때마다 돌팍님과 나는 여지없이 쉬어간다.
가다 못가면 내려오면 될 것이고 해가지면 후레쉬를 켜면 될 것이다.
오늘 안으론 하산하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돌팍님과 나는 산행할 때마다 늘~ 이런 맘으로 시작하곤 했다.
07시 31분
천천히 가잠서 돌팍 대장님은 나더러 폭포를 많이 찍는다고 아우성이다... ㅋㅎㅎ
07시 38분
07시 40분
오르면 오를수록 완존히 밀림속으로...
07시 51분
아주 션한 물줄기를 보니 일주일 전에 다녀가신 솔맨횽아가 생각이 난다.
조금만 더웠더라면 이 폭포에서 물 맛사지를 받을텐디... 충동을 느낀다.
07시 55분
봉산골은 1200고지에 도착할 때까지 대체적으로 완만하게 치고 오른다.
어떨때는 계곡으로 어떨때는 옆으로...
08시 13분
2시간쯤 오르니 볼라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양 팔로 안아보니 안아지지 않았는데 볼라벤이 엄~청... 이리 커다란 나무가 힘없이 무너지다니...
08시 23분
봉산폭포에 도착한다.
작년 무이파와 올해의 볼라벤으로 이리 흉물스럽게 변해버렸다.
봉산 폭포까지...
이크~ 흉물스런 고로쇠 15mm PE 라인
08시 26분
작년 무이파로 봉산폭포에서 무너져 내린 돌더미
무이파가 봉산폭포를 이리 만들었다.
예전 산객들이 담아온 봉산폭포 사진은 아주 멋지던데 이리 변해있다니...
08시 34분
봉산폭포 좌골로 올라가는 물줄기
08시 40분
무이파의 여파로 돌더미는 저 위에서부터 흘러 내렸다.
해년마다 닥치는 태풍땜시 내년에는 어떤 시련이 있을련지
막걸리를 마시며 한참을 쉰다.
많은 산객들은 사태지역으로 올라가는데 우리는 여기가 아닌 좌측골로 올라가기로 합의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저 위로 올라가보니 사태 상태가 아주 아주 험하게 변해있었다.
09시 14분
나한텐 조금만 찍으람서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엄청 많이 찍으신다...ㅋㅎㅎ
09시 16분
좌측골은 올라갈수록 계곡이 서서히 좁혀진다.
09시 38분
매사에 집중이시다.
얼음골로 유명하듯이 음지중에 음지였다.
폭포 앞에 서있으면 에어컨을 강으로 틀어놓고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주 차가운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09시 59분
10시
매우 가파른...
1000고지가 넘어가면서 물줄기는 서서히 약해지고 경사도는 심해지기 시작한다.
구름이 우리들을 감싸기 시작한다.
조망 포인트에서 서북이를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혹시나 열리겠지라는 생각도 함께해 본다.
10시 06분
이끼를 보니 태풍이 지난 후 어떤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시 09분
바위떡풀
10시 13분
지리바꽃/투구꽃을 첨으로 확인한다.
딱~ 이 한눔이 피어있었는데 아주 싱싱하고 깨끗하였다.
10시 16분
10시 54분
고도는 높아지며 경사도는 더욱 심해진다.
11시
역시나... 세상에 만상에나...
보여야할 서북이가 아무것도 보여주질 않는다.
휴~
11시 30분
없는 길도 뚫고... 밧줄이 없어도 기어 오른다.
노오란 버섯이 신기하게도 이쁘더라...
11시 34분
D700이를 가지고도 무겁지 않으신지... 옆구리엔 언제나 여수 막걸리...
11시 37분
맞은편의 서북이는 보이지 않지만 좌측 쟁기소로 내림하는 투구봉이 살짝 보인다.
이 포즈를 갖추고 서북이를 바라보는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데...
서북이를 못봉게 즈~응말~ 아쉽다.
12시
능선에 합류하기 몇분 전이다.
안간힘을 써본다.
12시 05분
12시 13분
12시 23분
반야중봉의 능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많은 산객들은 여기서 좌측 투구봉으로 내림하며 좌측에서 올라오는 산객은 반야중봉으로 오름한다.
12시 41분
아~ 드뎌 우리들의 막걸리 포인트에 도착한다.
거의 7시간만에 도착한 중봉...
사르르~ 아픈 배를 움켜쥐며 깡다구로 올라왔다.
13시 15분
올라올때 한병을 비우고 여그서 시병을 비운다.
우리들의 만찬을 펼치고있는데 호림스님이 산책을 나오시어 우리들의 만찬과 합세한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0단~ 것도 시명씩이나 뭔 조사인지는 모르지만 조사차 나왔다한다.
싹~싹~ 빌어 막걸리 한잔과 오리훈제로 모면한다.
세상은 다 그런것이다...
승민이 승연이 극기 훈련차 가족과 함께 노고단을 오신다는 이선수님께서 노고단이 계실 시간인데 전화기가 불통이다.
만족하시고 가셔야할건데... 맘 착한 생각을 해본다.
14시 08분
호림스님과 우리들의 만찬은 1시간이 넘어서야 끝이나고 한 20분쯤 있으니 이끼-심마니능선에서 올라오신 산객들...
0단님이 내려갔는데 괘안았냐 물어보니 다행히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린 호림스님땜시 살았지만 그대들은 운 좋소...ㅋㅎㅎ
박영발을 찍고 반선으로 떨어질까? 반야찍고 임걸령에서 대소골로 떨어질까? 반야헬기장에서 대소골로 떨어질까? 고민하다가 세번째를 선택한다.
14시 37분
중봉 헬기장에서 출발하여 반야 헬기장 사이에서 대소골로 떨어진다.
15시 13분
5m가 넘는데 반야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은 위치이기에 물이 거의 없다.
15시 35분
거의 1시간쯤 내려오니 대소골의 참혹한 현장이 서서히 들어난다.
15시 44분
이럴수가
볼라벤과 덴빈이 연타석으로 홈런을 치는 바람에 다 무너졌다.
길은 없다.
모든 등로는 찾아 볼 수없다.
우리가 헤치며 걷는 길이 여길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히미한 등로마져 쓰러진 나무들로 다 막힌 상태다.
우린 태풍의 여파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힘겨움을 한시라도 잊을려 애쓴다.
15시 55분
16시 18분
아름다운 계곡을 한순간에 이리 만들어버렸다.
자연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승자가 될 수 없다.
16시 20분
16시 26분
16시 32분
17시
뿌리가 깊이 박힌 나무들은 몸둥이가 두동강났다.
심지어는 세동강 난 나무들도 볼 수있었다.
17시 10분
약 3시간쯤 내림했다.
지치고 허기지고 배아프고... 내 몸둥이가 말이 아니다.
서서히 뒤로 쳐지는 나를 수시로 기다려주시는 돌팍님께 그만 걷자고 얘기하고픈 맘이 꿀떡 같았다.
너무 힘들기에 사진 찍는다며 영특한 꾀를 부린다.
그나마 잠시라도 쉴 수 있는건 사진 찍는다는 핑게...
서로 사진을 하는 사람이기에 사진 찍는다는데 뭐라 할 수 없는 돌팍님이시다... 알것소...? ㅋㅎㅎ
17시 15분
17시 20분
17시 25분
대소골은 참혹했다.
모든 계곡이 전부 이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산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10분마다 한번씩은 이런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 이럴수가~!
17시 38분
17시 47분
아직도 2시간은 더 내려가야하는데...
석양빛이 흘러 들어와 오렌지색감이 드리워진다.
이거 하산 완료전에 후레쉬를 켜야한단 말인가~?
깊고 깊은 대소골에서 벌써 어둠이 내릴 준비를 하니 작년 20시가 넘어 하산 했었던 칠선-국골이 생각이 난다.
그때 설마~하고 후레쉴 준비하지 않았었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었는데... 라며 우리 둘이는 지난 산행을 되새긴다.
17시 50분
발걸음은 빨라진다.
하지만 빨리 달릴려해도 길이 없기에 맘처럼 되지 않는다.
고로쇠 체취관을 만나니 이제 많이 내려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봉산골과 대소골은 고로쇠나무가 울창하여 해발 1000고지까지 고로쇠 체취관이 설치되어있다.
지리산을 헤치는 주범이라 할 수 있는데 공단측에선 과연 이리...
18시 03분
너무나도 맑았던 작은 웅덩이들...
18시 17분
대소골은 내려갈 수록 량이 많아지고 넓어진다.
18시 19분
대소골은 첨이지만 솔직히 "칠선계곡" 쩌~리가라할 정도록 길고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그런데 이리 변해버리다니요...
18시 21분
건너갈 것인지 고민... 대소골을 내림하면서 50번이 넘게 이리저리 건너고 또 건넜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하늘도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맞은편 투구봉 능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방향으로 봐선 얼마남지 않은듯하다.
18시 27분
서서히 어둠은 내려 앉고 ISO는 올라간다.
18시 35분
아름드리 가을 단풍나무가 태풍의 여파도 참아가며 엄청난 계곡물에도 잘 버티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한다.
18시 37분
뒤 돌아보는 돌팍님은 뭔 생각을 할까~?
어둠이 드리워지고 약 30 정도 휘레쉬를 커낸다.
대소골은 내림하는 동안 돌팍님이 없었다면을 수 없이... 수 없이... 생각했다.
도저히 무서버서리 상상도 못할 길... 혼자였더라면 지리 대소골 어느 골짜기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완존히 그로키상태...
18시 43분
후레쉬를 켜고 한 20여 분을 내림한다.
지금 이순간은 너무 힘들다는 생각뿐...
뱀사골도... 칠선계곡도... 한신계곡도... 대소골엔 견줄 수 없을 것 같았다.
19시가 넘어서야 심원마을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먹어야하고 씻어야하고 차량회수를 해야하는데...
그저 몽환적인 상태일뿐...
노고단산장에서 젊디 젊은 사장님이 우릴 잘 챙겨주신 덕에 무사 귀환할 수 있었다.
아싸리 화대종주를 할껄...
아싸리 봉산골만을 탈걸...
아싸리 주능선 임걸령-대소골로 갈걸...
아싸리 박영발비트를 갈걸...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나를 이리 괴롭히는 산길이 또, 없나 하는 생각하면서 오늘 산행 마무리...
작년 무이파 올해의 볼라벤과 덴빈이 지리를 아프게 해서 맘이 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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