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육십령-향적봉 종주
1.날짜:2012.12.23일~24일(일,월요일)
2.날씨:맑음과 흐림의 교차(산행 내내 구름과 씨름함)
3.걸음구간: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삿갓봉-삿갓재(1박)-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설천봉-향적봉-설천봉-곤로라
4.걸음거리 및 시간: 약 25.5km (1박 2일)
5.산행동무:돈모(돈모는 24일 삿갓재에서 하산하고 홀로 걸음함)
무등산과 육구종주라는 산행 계획이 연타석으로 잡히는 바람에 힘들다기 보다는 뿌듯한 기분으로 꼼꼼히 준비를 시작한다.
12월 22일(토) 서울 블벗님들과 무등산 계획이 있었는데 눈이 비로 바뀌는 바람에 만복대로 급변경하고 정다운 만남으로 행복한 발걸음을 항꾸네 했으며 나의 나와바리 여수까지 오고 가시면서 알찬 뒷풀이 까지 즐기며 22일을 무진장 행복하게 보냈다.
블벗님들께서는 내가 명일 육구종주를 한다고 하니 무슨말이냐~? 면서 우리가 여수까지 왔는데 5차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 하시며 육구종주를 포기하도록 엄포를 하신다.
그래도 워낙 선~ 하신 분들이기에 나를 순순히 보내 주시고 23일(일) 조계산행과 육구종주를 위해서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23일 새벽 04시 알람을 시작으로 나의 몸짓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며 뭐 빠진게 없나 꼼꼼하게 살피고는 돈모 아저씨를 태우고 육십령을 향하여 달린다.
새벽하늘은 별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간간히 내리는 눈발에 오늘 종주길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란 걱정을 하며 맘을 추스린다.
이거 왠걸~ 함양에 도착할 즈음 눈발은 강해지며 바람은 장난이 아니게 몰아친다.
체인이 없었기에 육십령 오름길을 미끄라질까봐 겁 이빠이 먹어가며 거북이 운행으로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올라 08시 조금 넘어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눈발이 엄청 강하게 퍼 부었기에 산행 준비를 할 엄두가 나질 않아 차 안에서 오지않는 잠을 일부러 청하기로 한다.
생리적인 현상도 몰려오는데 대처를 해야하지만 강한 눈보라에 이것마저도 포기해야만 했었던 순간이었다.
워낙 눈보라가 강하게 불었기에 좁은 차안에서 슬슬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고 09시 조금 넘어 대장정에 오른다.
09시 29분
거센 눈보라가 한시간 정도 기승을 부리더니 우리들의 산행을 무탈하게 해줄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열린다.
이럴땐 정말이지 기상을 제대로 간파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여기에 도착했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내 차를 모델 삼아 들머리 방향으로 한방 날린다.
예전에는 간판 좌측으로 오름길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공사 관계로 우측으로 150m 가다보면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09시 35분
등산로 입구라고 쓰여있다.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어대며 눈을 뿌렸기 땜시 나무에는 멋지게 쌓이지 않았지만 산길 걷는 맘은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10시 12분
우리 둘이서만 걷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사나케 산우님들이 수십명 달려들어 우리를 제치고 아무도 걷지않은 할미봉길을 러쎌해주신다.
육십령에서 1.5km 올라온 지점이며 할미봉이 0.7km 덕유교육원 삼거리가 3.4km 남은 지점이다.
10시 19분
예상했던대로 호흡은 엄청 거칠어지고 사나케회원님들은 계속적으로 우리를 앞서나간다.
하늘은 화창하여 아주 좋은데 서쪽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콧물과 입김을 토해내는대로 얼게 만들어 콧단등을 애리게한다.
10시 31분
힘들어도 좋다.
정말이지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표현하고 싶다.
거친 호흡은 쉴틈없이 뿜어져 나왔다.
정말 힘들었다.
쉬고 싶었다.
하지만 걸어야만 했다.
할미봉 턱빝에서 뒤를 돌아보니 올라왔던 육십령이 내려다 보이고 맞은편 대간줄기 영취산이 언제든 오라며 손짓을 하는 듯하다.
할미봉까지 오름하면서 하얀 눈꽃과 파란 하늘이 공존했기에 아무리 힘들었어도 다 용서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늦가을에 나와 이선수님께서 순차적으로 걸음했던 황석-거망의 등줄기와 월봉산의 칼날봉 그리고 그 뒤로 금원산이 바라보인다.
10시 45분 할미봉 도착
서쪽에서 구름은 계속 이어지지만 할미봉에서 바라보는 서봉과 남덕유의 남성미가 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쩌그까정 은제 걸어간디야잉~~
서봉과 남덕유를 배경삼아 할미봉에서 인증샷
할미봉을 내림하면서 가파르고 얼어버린 밧줄 구간이 어찌나 힘들게 하던지 찌꼴 빠져부렀다.
가야할 서봉과 남덕유는 서서히 샴푸할 준비를 하는 듯 싶다.
구름에 가려진다면 서봉에서 덕유 S라인을 볼 수 없는데 약간은 염려스런 느낌이다.
남덕유에서 흘러내린 줄기와 월봉산에서 흘러내린 줄기가 맞닿은 남령이 조망된다.
11시 42분 삼자봉 도착
여기는 좌측 덕유교육원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는 지점이다.
12시 06분
육십령에서 5.2km 올라왔으며 남덕유 3.6km 남은 지점에서 비상 식량으로 막걸리 한모금 들이킨다.
반병 정도 먹을 생각이었지만 어찌나 춥던지 차가워진 막걸리를 마시는 순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13시 23분
서봉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바람은 갈 수록 심하게 불어대며 그리좋던 조망도 구름속으로 가려져 버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산우님들이 내려오신다.
영각사에서 출발하여 남덕유-서봉을 거쳐 덕유공원으로 하산하시는 산객들이 벌써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13시 33분
이사람들은 아까 남덕유에서 멋진 조망을 즐겼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내가 남덕유에 도착할 때 쯤엔 조망이 어떨련지?
아마 구름속에서 허우적거릴 것이 분명하다.
육십령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은 사나케 한팀과 우리 두사람 뿐이고 나머진 전부 영각사에서 출발한 것이다.
줄기차게 내려오시는 사나케 산우님들을 피해가며 힘든 서봉을 힘들게 오른다.
13시 38분
히미하게 보여지는 할미봉
저분들은 명당 자리를 차지한듯
강한 바람과 엄청난 한파로 인해 자리 잡고 편안히 점심을 먹을 장소가 마땅히 없다.
이리 추운데 먹고 싶은 것인지~?
배고픔이란 서러운것...
구름에 파뭇혀서 할미봉이 보이지 않는다.
13시 47분
서봉을 코앞에 두고 발걸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이리 추운데 정신을 차려야하지만 오히려 잠이 몰려오던 순간이었다.
얼어 죽는다는 게 바로 이런 상황에서 잠들어버리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걸었던 뒤도 돌아보고...
사나케 산우들은 3팀 이상이 덕유교육원으로 내려간 것 같았다.
서봉이 코앞이다.
13시 57분
서봉의 커다란 바위에서 눈바람을 피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라면에 허기를 채우는 산우들이 애처롭게 보여졌다.
손과 발을 동동거리며...
최소한 영하 10℃는 될 듯 싶다.
바로 앞에 있는 남덕유 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서봉에 올라서니 헬기장에 있어야할 표지석이 없어졌다.
두동강이 난 표지석을 누가 아래로 굴려 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표지석이 없으니 영~ 썰렁하게 느껴졌다.
영차 영차~
전국에서 몰려든 산우님들은 계속 이어진다.
서봉 내림계단
바람을 피할 수 조차 없는 포인트에서도 버너의 화력은 최고로 가동되고 국과 라면은 어김없이 하얀 김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눈꽃 세상이라며 환호소리가 우렁차다.
게속적으로 교차하는 여자 산우덜의 환호소리 덕에 귀가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골라서 자리를 만들고 불을 지피고...
발시럽고 손리러워 호호~ 불어가면서도 함께 나누는 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14시 47분
남덕유 100m 남은 지점이며 삿갓재대피소까지 4.2km 남은 지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하늘이 조금 열릴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니 가심이 콩당 콩당 설렌다.
허나 무룡산-중봉-향적이까지 아무것도 관찰 할 수 없다.
아주 인상적인 산할아버지...
삿갓봉이 간신히 조망된다.
한무리의 산우님들과 함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환호를 질러본다.
남덕유에서 서봉을 조망한다.
하늘이 열려있다면 멋진 경관일텐데...
거친호흡 뿜어내며 걸어 올라왔던 육십령-할미봉의 대간 줄기와 발아래 덕유교육원을 조망한다.
15시 남덕유 도착
대기온도가 가장 올라갔을 시간인데 내 얼굴은 저리 하얗다.
17시 30분에 삿갓재대피소에서 온도를 보니 영하 18℃ 였다.
그럼 15시엔 영하 13℃ 이상은 되었을터...
부부 산객이 올라와서 핸폰으로 사진한장 부탁허시는데 정말이지 손리사 환장허는줄 알았다는...
15시 32분 월성재 도착
남덕유 1.4km 황점 3.6km 삿갓재 2.9km
바람도 의지되고 허기도 지니 막걸리 한모금 더 마시며 쉬어가볼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해지기 전에 삿갓재에 도착해야되서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월성재-삿갓봉 능선에 올라 월성재를 내려다 본다.
우측은 남덕유산
구름 사이로 오후 햇살이 삿갓봉으로 살짝 드리워진다.
삿갓봉이 아직도 저만큼 멀리있어 보이니 힘이 더욱더 쭉~ 빠진다.
무룡산도 첨으로 조망되는 순간이다.
월성계곡와 황점을 내려다 보고 멀리 수망령과 금원산도 조망된다.
16시 30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눈꽃...
전진할 삿갓봉이 저 앞이다.
16시 33분
이분은 삿갓재에서 주무시지 않고 황점으로 하산하시다고 허는디 어둔 밤길을 하산하기 무지 어려울 듯...
16시 32분
뒤를 돌아보니 남덕유와 서봉이 오후 햇살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역광으로 플레어는 보이지만 흐림 모드로 담아본 풍경은 영하 15℃에도 따뜻함을 전해준다.
얼마나 춥던지 강한 바람이 몰아쳐도 눈꽃은 떨어지지 아니하더라.
17시 삿갓봉 도착
위에 사진은(16시 32분) 저 앞에 내려다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에서 담았는데 지금은 삿갓봉에 서있다.
삿갓봉 인증
능선에 까만 색으로 사람한명이 보이는데 나랑 함께 출발했던 돈모 아저씨... 언닝 오시요~! ㅋㅎㅎ
서봉으로 저무는 해가 오늘따라 유난히 이글거리며 넘어간다.
임진년 송년 산행을 아쉬워라도 하듯이...
17시 30분 삿갓재대피소 도착
삿갓봉에서 사진 담느라 손꾸락이 감각이 없었다.
손꾸락 감각을 찾고자 내리막 길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하강하다가 3번 씩이나 넘어진다.
눈이 많아 꼬꾸라져도 다친 곳 없었으며 전혀 아프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던 느낌이었다.
다행하게도 저물기 전에 삿갓재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육십령에서 막걸리 한모금과 자유시간 단 1개로 버텨왔는데 허기진 배엔 이미 뭘 먹고자하는 감각이 없었다.
가지고온 삼겹살과 김치찌개 라면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남은 막걸리에 오늘 하루를 녹여 본다.
힘들었지만 행복했었던 기억만 남을 것 같은 육십령-삿갓재대피소 구간의 걸음이었다.
삿갓재대피소 직원 "황인대님"
1999년 입사 공채시험으로 들어 오셨다고 했다.
지금까지 국립공원 직원 중에서 삿갓재대피소 직원만큼 친절하신 분을 본 기억이 없다.
많은 얘기를 오가면서 느껴보았지만 탐방객들에게 심혈을 기울이고 정성을 기울이는 황인대님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영하 18℃
덕유산 겨울 종주산행의 첫날은 아무탈 없이 깊은 밤을 맞이 하였다.
20시가 넘었는데도 3팀이나 들어 왔으며 01시에도 대피소에 들어오는 산객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4일 새벽에는 제발 바람이 없기만을 바래보며 잡음에 많이 힘들었지만 깊고 깊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덕유 육구종주 둘째날(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07시 25분 삿갓재대피소 출발
05시 30분에 기상하여 후다닥 밥을 해먹고는 여장을 꾸린다.
첫날 함께 걸었던 돈모아저씨는 배탈이 났는지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안다며 포기해야겠다고 한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에 차열쇠와 황점 내려가는 길과 택시 기사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홀로 구천동을 향하여 출발한다.
07시 35분
새벽에도 별하나 볼 수 없었기에 일출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삿갓재대피소 헬기장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같은 사진이지만 2방 찍고 내 발걸음은 이어진다.
07시 37분
맞은편으로 금원산이 우뚝 솓아있다.
나보다 먼저 출발한 발자국 하나가 몇시부터 시작했는지 보폭이 꽤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구름은 계속적으로 몰려왔으며 싸리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07시 41분
뒤돌아본 삿갓봉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간혹적으로 구름사이로 이리 붉은 기운이 냉혹한 덕유능선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08시 13분
원추리를 보기 위해서 무룡산을 올랐을때 이 계단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 했었는데 지금은 혹한의 한중앙에 서있다.
구름 때문에 분위기는 별루이지만 춥다는 생각에 앞서 멋지게 담아 보고픈 생각이 간절하였다.
손꾸락이 끊어질 듯 한 냉혹한 추위가 느껴진다.
어제는 산길 걸으며 졸리운 느낌이 있었기에 오늘은 정신 쪽바로 차리려고 무지장 애를 써본다.
아무리 춥다지만 사진은 찍고 싶은 욕심...
늘 그렇듯 지팽이도 놓아서...
노오란 등산복을 입고 올라가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더 이쁠 것이지만 혹한에서 혼자 올라가는 게 당연함인 것 같다.
08시 19분
행여 누가 올라와 모델이라도 해줄까봐 힐긋 뒤 돌아본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름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따뜻함을 전해준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
앞선 발자국 하나는 어디쯤 걸어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동엽령에 가면 안서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겠지 싶어 고개 떨구고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
08시 39분
무룡산 도착 1492m
삿갈재대피소 2.1km 남덕유 6.4km 향적봉 8.4km
지금 내가 걷는 산길이 혼자라는 외로움 보다는 여유로움이었다.
ㅎㅎㅎ
서울 블벗님들과 만복대 산행이 스쳐지나가길래...
나보다 앞서 간 사람이 한사람 있었지만 아무리 빨리 걸을려해도 욕심많은 사진 때문에 그 사람을 확인하지 못한다.
동엽령까지 그사람과 내 발자국만 남겨져 있었었다.
동엽령과 무룡산의 중간 지점이다.
삿갓재대피소 4.2km 무룡산 2.1km 동엽령 2km
냉혹한 추위를 걷고 있지만 다행히 어제보다 바람은 약하여 덕유능선을 걷기엔 아주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09시 33분
남덕유 9.1km 향적봉 5.7km
천천히 걷는 편인데 다시 뒤를 돌아다봐도 여전히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앗~!
갑자기 한 20여분 동안 바람이 강하게 불어 대더니 서쪽 하늘이 열리고 안성쪽으로 햇살이 비치는게 아닌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구름속에 갇혀서 2시간을 걸었지만 첨으로 주변 경관을 보는 것~ 과연 하늘이 열릴까~?
09시 44분
지나온 삿갓재대피소 5.2km 무룡산 3.1km 이며...
다다를 동엽령이 1km...
뭔가 느낌이 좋아진다.
저 바우만 넘어가면 동엽령이 보일 것인데...
10시 01분
드디어 뻥~ 뚫린 능선에 올라선다.
구름에 백암봉은 보이지 않지만 횡경재로 떨어지는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엽령에는 사람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는 것 같았던 사람들이 여그서 비박을 했던 사람들... 올겨울 가장 추웠던 날에 대단한 사람들...
10시 07분
가차이서 인사 나누며 알고보니 노부부
노부부는 백암봉을 향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나는 잠시 머무른다.
머무르는 동안에도 안성에서 오르는 사람이나 삿갓재에서 오는 사람은 없었다.
10시 24분
이게 왠일인가~?
안성 방향으로 아까보다 더 환하게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반대편에도...
백암봉에도...
백암봉-송계사로 떨어지는 횡경재에도...
10시 44분
동엽령에서 1km 지점이다.
남덕유 11.5km 향적봉 3.3km
간간히 들어오는 햇살은 받으며 걷다보니 힘겨움 보다는 오히려 힘이 생겨난다.
동엽령에서 조금 일찍 출발하신 노부부는 박짐 탓에 뒤에 계시고...
10시 45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백암봉이 보일락 말락 하지만 나무계단에서 등산객들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바람도 없다.
오늘은 곤도라를 타지않고 구천동으로 내려가더라도 시간이 여유로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구천동...? 구천동...?
10시 50분
기분이 이리 좋게 변하는데 당연히 자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누구헌디~?
이선수님헌티~ 헤헤헤~
이선수님께 자랑을 하기 위해서 핸폰 사진을 날린다.
10시 58분
구름이 그리도 성나게 이어지더니 내리쬐는 강한 햇살을 이기지 못하고 에너지를 소진한 듯 백암봉도 얼굴을 내민다.
11시
백암봉에 올라서 뒤를 돌아보니 3시간 30분만에 걸었던 능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룡산과 남덕유 서봉은 아직도 샴푸중...
11시 25분 백암봉 도착
곤도라를 타고 안성으로 하산하신다는 산우님들...
눈이 많은데 러쎌이 되어 있느냐고 묻길래 내가 다 터 놓았다고 자랑질을 한다.
익살스럽고...
곤도라 산우님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11시 43분
향적봉 1.6km 동엽령 2.7km 남덕유 13.2km
이제 중봉도 얼마남지 않았다.
가슴이 콩당 거린다.
작년 덕유에서 좋은 느낌을 얻고 돌아왔는데 오늘도 여전히 좋은 느낌이다.
처음으로 서봉이 조망된다.
중봉 내림길은 한두명씩 계속 이어지고...
계속 이어지는 구름 때문에 열리라 애원하며 몇분간을 또 기다린다.
기다리면 열릴 것이다~ ^(^ ㅎㅎ
아름답다...
이 자리에 서있는 모든것이 다 아름답다...
12시 05분
중봉을 치고 오른다.
덕유~~ 넌 언제나 나의 벗~~
12시 11분
12시 17분 중봉 도착
새벽부터 진사님들이 진을 치고 있었을 것인데 냉혹한 추위도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중봉-오수자굴 내림길에서 진사님이 모델을 세우고 왔다리 갔다리 매우 분주하다.
새벽부터 얼마나 추웠을꼬...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데도 손꾸락은 환장하게 애린다.
칼바람에 무진장 추운 날씨인데 남녀노소 할거없이 덕유에 몰려든 인파는 평일인데도 많았다.
12시 30분 향적봉 방향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벗어졌다가 수 없이 반복하는 향적봉...
얼른 달려가 인증하고 싶다.
올랐던 길 내려다 보고... 서봉-남덕유는 보이지 않고...
윗 사진에 있던 사람들이 벌써 저만큼 내려 서있는데 나는 뭐~허는데 아직도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인지~? ㅎ
나는 그렇다 치지만 이양반들은 몇시간째 이러고 있을지도...
벗님들~! 저기 산 이름을 아시나요~? ㅋㅎㅎ
강원,경기의 1인자 산고파님이라면 궁금하시어 다 돌아보고 남을 사람이고 약수님이라면 덕유 근방 산들을 다 올랐을 것인데...
12시 43분
그렇게도 사납게 몰아치던 눈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도 조용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덕유의 분위기에 놀라고 또 놀란다.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그렇담 구천동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남덕유와 서봉은 여전히 샴푸중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사랑 지리는 눈으로만 볼 수 있었을뿐 앵글에 담을 수 없었다.
정 중앙 금원산 뒷자락 가장 멀리로 천왕이와 중봉만이 아스라히 보였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구름들이 너무도 신기하여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감상하고 또 감상한다.
냉혹한 추위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연신 눌러본다.
나 혼자만 그런다면 어시기 허것지만 이리저리 뛰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 행동은 이상한 게 아니었다.
12시 56분
누구나 쉬어가는 자리이고 누구나 눌러대는 자리에서 나라고 걍~ 스쳐 지날 수 없었다.
작년과 똑 같이...
12시 58분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이곳은 미답인 장소다.
진사 양반들이 몇명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와서 담아본다.
그냥 파란 하늘보다는 구름이 있어서 더 이쁜 것 같았다.
내 삶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일까?
향적봉
13시 02분
향적봉 방향의 정규 등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내려오면 이곳이다.
다시 정규 등로에서 명 포인트를 인증한다.
이곳은 길이 아닌데...? 지뢰밭을 다녀오는 것인지~??/ ㅋㅎㅎ
13시 15분
순광이 펼쳐지니 파래도 너무나 파래다.
13시 17분 멀어진 중봉
다른 각도에서...
13시 21분 향적대피소 도착
13시 27분 향적봉 도착
13시 28분
눈을 만들기 위한 물 분무중...
약수님이 걸음하신 저 능선을 걸어보고 싶다.
13시 30분
그놈의 욕심 땜시 고생 이빠이허고...
구천동을 포기해야했던 나는 이제 욕심쟁이로 소문나버렸다.
사진 찍어주신 분께 감사...
날은 추워도 이리 존날 향적봉에 서있는 그대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13시 40분
13시 41분
13시 43분
13시 57분
미쳐도 단단히 미쳐버린 나는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구천동으로 하산하기 위하여 다시 향적봉을고 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하산하면 너무 이른시간...
욕심 많기로 소문난 나는 구천동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별반 차이없는 사진이지만...
파란 하늘과 구름이 변하는 게 멋있어서 발길을 또 멈춘다.
이런게 욕심일까~?
14시
14시 03분
정신없이 사진 찍고 댕기는 순간에 돈모아저씨헌터 부재중 전화가 7번이나 와있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향적봉으로 올라 구천동으로 하산할라했던 욕심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지금 스키장으로 하산하지 않으면 스키장에 차를 놓고 16시 차로 여수 내려간다는 것이다.
배탈이 나서 종주를 포기하고 황점으로 하산할 수 밖에 없었던 맘을 헤아려 구천동의 욕심을 과감히 접고 다시 설천봉으로 하산한다...ㅠ...
14시 01분
다시 이곳에 돌아오니 구천동으로 하산하지 못한 억울한 분이 풀지지 않는다.
나는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나 보다.
아직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고 이왕 곤도라를 이용할 것이니 또, 막 눌려대며 여유를 부려본다.
14시 20분
돌팍님이 생각나고...
나도 한때 저리 놀아주며 최선을 다했는데 이제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으니...
14시 21분
15시
아는분인 것 같아서 찍었는데 아니었다는...ㅎㅎㅎ
맘 단디 먹고 겨울 육구종주를 시도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발걸음은 많이 힘들었으며 풍경에 대한 욕심이 하늘을 찔렀기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어제 만복대 뒷풀이가 너무 과했었을까~?
돈모아저씨가 배탈만 나지 않았더라며 성공했을 것인디~?
내 욕심이 먼저일까~? ㅋㅎㅎ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리~ 육구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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